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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에 즈음하여

선량하고 뛰어난 두 지도자들의 만남에 대한 소감

심상근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3/05/05 [09:48]

박근혜·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에 즈음하여

선량하고 뛰어난 두 지도자들의 만남에 대한 소감

심상근 칼럼니스트 | 입력 : 2013/05/05 [09:48]
“그런 게 아니야. 차원이 달라. 나는 사람을 극단적으로 미워한 적이 없어. 참선을 하면서 박정희를 생각해 보니 ‘자기도 나라 먹여 살리려 애쓰다 갔지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이전처럼 욕이 안 나와. 이 이야기를 박근혜 앞에서 했어. 그런데 얼굴이 하나도 안 변해. 눈물은커녕 웃음도 없어. 조금은 감동할 줄 알았는데 꼼짝도 안 해. ‘김지하니까 경계해야겠다’는 것도 아닌 거 같았어. 그냥 독한 거야. 그래서 내가 속으로 ‘18년 동안 자기 혼자 가슴 안에 칼을 세우고 혼자서 지켰구나.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내공이다’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박근혜에게 이렇게 말했어. ‘당신이 뭘 해낼 사람이다’.” 동아일보 1월 9일자 김지하 시인 인터뷰 기사이다.
 
나는 아주 예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큰 종가집의 맏며느리 감’이라고 표현했다. 태생이 그렇고 유전인자가 그렇다.
 
종가집 맏며느리는 원래 슬픈 위치이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보아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그래야만 하는 위치이다. 시원찮은 사람들의 장단에도 맞추어 주어야 되고, 가장 악한 사람에게도 면전에서는 미소로 대한다. 전체를 아우르고 끌고 가자니 별수 없다. 그래서 점잖음이 덕목으로 여겨지던 그 예전에도 종가집 맏며느리 감은 원래가 귀했고 찾기 힘들었다. 하물며 상스럽기 짝이 없는 현 한국 실정에서는 정말로 희귀한 존재이다.
 
그러한 성향에, 박근혜 대통령은 인간이 감내하기 거의 불가능한 경험을 하며 살았다. 어머니에 이어 떠나신 아버님의 사진 앞에서 깊이 허리를 굽힌 채 머리를 떨구고 서있는 사진은 많은 연예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선 채 그냥 자기 자신도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참담한 분위기를 그 사진은 담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우는 연기능력은 거의 필수적이다. 그 사진을 머리에 떠오르면 그러한 연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오바마를 엄청 좋아한다. 너무너무 착하고 선량한 관상이다. 선의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엄청 말을 재치 있고 간결하게, 정곡을 찌르게 한다. 그가 말을 하는 모습을 CNN에서 보면 서커스 구경보다 더 재미있다. 아! 그렇게 말을 엮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스럽다. 클린턴과 급수가 같다. 클린턴의 언어능력이 축구 스타 같다면 오바마는 농구 스타 같다. 더 민첩하다.
 
그러나 오바마를 보면 나는 안쓰럽다. 그렇게 마냥 선량한 사람이 미국 같은 큰 나라, 전쟁이라면 회를 치는 앵글로색슨의 나라 미국의 대통령을 한다는 것이 정말로 안쓰럽다.
 
유태인들은 대통령도 무서워한다. 찍히면 그대로 간다. 그 천하무적의 닉슨도 유태인들은 엄청 무서워했다. 그런데 그런 유태인에게 오바마가 한 번 되게 찍힌 적이 있었다. 중동 사안에 대하서는 묻지마 편들기를 해야 하는데, 뭐 좀 아랍에게도 눈곱만큼 공평한 이야기를 하다가 찍혔다. 그래서 빌러 갔다. 유태인들 모임에 갔다. 그러나 그들은 쉽사리 기회를 안 주었다. 빈 방에서 마냥 기다리게 만들었다. 회의장에서는 오바마를 성토하는 연설이 이어졌다. 일부러 길게 연설하는 것 같았다. 빈 방에서 사죄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에 나는 거의 눈물이 나려고 했다.
 
원래 ‘통치’는 무서운 사람들이 했다. 부제의 소설 ‘제자’에서 한 영주는 가정교사에게 이른다: “마음이 약하면 이 성을 지킬 수 없다. 고로 문학이니 그러한 일체 유약한 것들은 가르치지 마라!” 그런 식이었다. 그러면 뭐를 가르치라는 것인가? 그냥 짐승처럼 난폭한 채 내버려 둘 것이지.
 
루즈벨트, 닉슨, 쟌슨, 리건… 이들이 고전적 지도자들이다. 흉측할 정도로 무서운 사람들이다. 무지막지한 데가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은 그런 사람들이 지켰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변했다. 뭐, 나쁘게 보면, 문약해진 것이다. 배에 기름이 낀 탓인지, 아니면 인류문명이 발전한 것인지, 나 자신 분석 중이다.
 
아마 전쟁 대신 과학기술에 의존하여, 우리 박근혜 대통령님의 캐치프레이즈대로 ‘창조과학’, ‘창조경제’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시절인 것이 일부 요인일 것이다. 어쨌든, 최고지도자들의 모습이 무서운 사람 모습에서 상당히 선량하고 밝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물론, 이는 착시현상의 면도 있다. 한없이 즐겁고 선량한 모습의 미국 대통령 뒤에는 언제나 흉측한 사람들이 버티고 있다. 초등학생처럼 항상 즐겁고 날라리 같던 부시II 대통령 뒤에는 엄청 흉측한 부통령이 있었다. 이라크 전쟁과 그 후 내내, 전쟁과 전후복구로 돈을 펑펑 버는 회사에 그 부통령은 깊이 관련되어 있었고,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그가 돈을 벌기 위하여 순진한 부시 대통령을 충동질하여 이라크에 쳐들어가게 만들었다고 믿었다. 
 
오바마도 마찬가지이다. 그를 보좌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꼴통 백인들이다. 엄청 거대하고 거창한 미국 정치무대에서는, 대통령은 많은 부분에서 얼굴마담이다. 얼굴마담 노릇 잘못하여 케네디는 군부와 CIA 손에 암살 당하였다는 소문이 당시 미국 대학가에 좍- 돌았었다. 그래서 그 후 히피 문화가 극성을 부리게 되었고, 자생 게릴라들이 생기어 총격전도 벌이곤 했다. 내가 공부하고 있던 버클리는 그러한 격랑의 중심지였고, 나는 오며 가며 많은 구경을 하였다. 보수성향의 언론재벌의 딸이었던 버클리 학생 하나는 유괴되어 게릴라로 변신했다가 구출되기도 했다.
 
▲ 심상근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며칠 후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다. 상상할 수 없을 수준으로 착한 사람들끼리의 만남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 미국에서 가장 착한 사람을 만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농담이 아니다.
 
관상학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훨씬 강하다. 하기야, 박근혜 대통령보다 강한 사람은 얼른 생각이 안 난다. 마가렛 대처 정도일 것이다. 둘은 엇비슷하게 강하다. 원래, 여자 강한 것은 남자들도 따라가기 힘들다. 남자들은 강하게 보이는 경우 많은 경우 실제로는 흉측한 것이다. 이는 강한 것과는 다르다. 강한 것으로는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한 수 위인 경우가 많다. ‘에덴의 동쪽’이라는 소설에서 천재작가 슈타인벡은 그러한 면을 이야기로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마가렛 대처보다 더 복잡한 관상이다. 대처는 척- 보기에도 강하게 생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실제로 대처보다 더 강한데, 그 강한 모습이 우아한 미소와 용모 뒤에 감추어져 있다. 영국 남자들에 비하여 100배 이상 엉망인 한국 남자들 틈에서 지도자로 부상하여 정치를 하여야 할 팔자인 것을 감안하여 조물주가 훨씬 더 공을 들여 만든 인간상이다. 대처가 칼을 그냥 칼집에 넣어 차고 다니는 식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칼을 비단 속에 깊이 감고 다니는 식이다. 개성공단 사안은 오직 빙산의 일각이다. 박근혜 대통령, 만만하지 않다. 한명숙, 안철수, 문재인이 증언할 것이다. ‘종가집 맏며느리’는 원래 그렇게 무서운 속성도 필요한 법이다.
 
세상에서 가장 선량하고 선의적이면서 출중한 두뇌와 지도력을 갖춘 두 지도자들이 만난다. 좋은 일만 있을 것이다. 
 
  sheem_sk@naver.com
 
*필자/심상근. 미 버클리대 박사. 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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