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친구는 좋은 것입니다. 오래 된 친구일수록 더욱 좋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 친구들도 하나하나 갑니다. 물론 때가 되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겠지만 보내는 사람은 안타깝기만 하네요! 이 우정에 대해서 동서고금의 사상가들이 우정론(友情論)을 썼습니다. 우정 속에는 인생의 아름다운 덕(德)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요.
진정한 우정은 친구를 아낄 줄 알아야 합니다. 고독할 때 위로할 줄 알아야 하고, 어려울 때 도울 줄 알아야 하죠. 또한 친구의 허물을 용서해 주는 아량과 관용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속이지 않는 양심과 신의가 필요합니다. 저만 잘 났다고 떠드는 것은 우정이 아닙니다. 우정에도 겸손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우정을 위해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하고요.
《논어(論語)》첫머리에 우정을 예찬(禮讚)한 말이 있습니다. ‘친구가 먼 데서 찾아와 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얼마나 좋은 말인가요. 먼 데 있는 친구가 정답게 찾아온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아름다운 일의 하나입니다. 저마다 인생의 이해득실(利害得失)의 원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세상입니다. 나의 이익이 되면 분주하게 움직이고, 나의 손해가 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죠. 저마다 득과 실을 계산하고 행동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해득실을 초월한 행동도 있습니다. 바로 우정이 그런 것입니다. 재작년 여름 저는 콜로라도 주 덴버의 죽마고우를 찾아 갔습니다. ‘록키 마운틴’을 비롯한 덴버 일대의 명소를 친구와 함께 두루 찾아보았죠. 그야말로 아무런 이해득실도 없이 환대를 해 준 것입니다. 바로 이런 것이 진정 공리(功利)를 초월한 우정이 아닐까요? 벗 중에도 밀우(密友)와 외우(畏友)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국 역사의 아버지 사마천(司馬遷 : BC145?~BC86?)이 쓴 사기(史記) <계명우기(鷄鳴偶記)>에는 친구를 4종류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첫째, 외우(畏友)입니다. 두려워할, 존경할 외(畏) 자의 외우(畏友)는 서로 잘못을 바로 잡아 주고 큰 의리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친구라고 했습니다. 둘이서 친구 사이지만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존경하는 두려운 존재의 친구를 일컫는 말인 것입니다. 둘째, 밀우(密友)입니다. 밀우는 힘들 때 서로 돕고 늘 함께 할 수 있는 절구 공이와 절구 같은 친밀한 친구를 말합니다. 잠시도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친구이지요.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라면 이 같이 큰 은혜가 어디 있을까요! 셋째, 일우(昵友)입니다. ‘놀다’ ‘친하다’라는 뜻의 일(昵)의 일우(昵友)는 좋은 일과 노는 데에만 잘 어울리는 놀이친구를 말합니다. 젊은 시절 주색잡기로 온종일 붙어 다니든 친구는 지금은 다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흔적도 안보입니다. 대다수의 친구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요? 넷째, 적우(賊友)입니다. 적우는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며, 걱정거리가 있으면 서로 미루고 나쁜 일에는 책임을 전가하는 기회주의적인 친구를 말합니다. 아마도 지금 우리 주위의 친구라는 사람들이 다 이와 같다면 세상은 정말 허무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 중에 중국에는 오랜 친구를 ‘노붕우(老朋友)’ 즉, ‘라오펑요우’로 부르고 있는 친구가 있답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 <만물상>에 이 ‘라오펑요우’에 대해 나온 글이 있습니다. 1971년 파키스탄을 방문했던 키신저는 “배가 아파 호텔에서 쉬겠다.”며 언론을 따돌린 뒤 전세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날아갔습니다. 이 키신저 · 저우언라이(周恩來) 비밀회담은 이듬해 닉슨 · 마오쩌둥 정상회담을 거쳐 1979년 미 · 중 수교로 이어졌죠. 그래서 중국인들은 키신저를 ‘인민의 오랜 친구(老朋友 · 라오펑요우)’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라오펑요우’는 긴 시간 속에 신뢰와 우정으로 다진 친구 관계를 이릅니다. “옛 친구는 금(金), 새 친구는 은(銀)”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박 대통령을 “중국 국민과 나의 라오펑요우”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시 주석은 2005년 저장성(浙江省) 당서기 시절 한국을 찾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었죠. 부산에 있던 박 대표는 일정을 바꿔 시 서기를 63빌딩 식당으로 초대했습니다. 당시 두 사람은 새마을운동과 북핵 문제에 관해 두 시간이나 대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 서기가 “새마을운동 자료를 보내 달라.”고 하자 박 대표는 관련자료 두 상자를 부쳐줬다고 하네요. 박 대통령은 중국인과 일상 대화를 나눌 만큼 중국어를 잘하고 중국 철학에도 조예가 깊다고 합니다. 그러니 중국인이 좋아할 수밖에 없죠.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은 두 나라 관계에서 큰 자산임이 분명합니다. 한 · 중 관계에 열린 ‘박 · 시 시대’가 한반도 문제를 푸는 ‘박씨’를 물어다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네 인생에도 <오랜 우정, 라이펑요우>가 그립네요! duksan4037@daum.net *필자/시인. 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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