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공동으로 출연해 설립한 지역의 싱크탱크인 대구경북연구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잇단 비리사건으로 연구기관으로서의 명예가 실추된데 이어 수장인 원장 연임에 대해 노조가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등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선임된 이성근(62) 제8대 대구경북연구원장은 각종 비리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철 전 원장의 잔여임기를 이어 받았지만 다음 달 중순 임기가 종료된다. 현재 이 원장은 재선임을 바라고 있지만 내부연구원들은 이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대선 기간에는 새누리당 경북도당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자문단장을 맡아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렀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임기 연장에 유리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원장이 각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연구원들에게 대필하게 한 것은 물론 수령한 원고료도 자신이 챙긴 것으로 알려져 비난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 원장은 지난 2011년 7월 원장으로 취임한 후 각종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본인이 직접 쓰지 않고 연구원들에게 주제를 주고 쓰도록 한 뒤 본인이 쓴 것처럼 기고하고 원고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기고한 <대구일보>의 ‘세상읽기’ 35편을 비롯해 <매일신문> ‘도입이 절실한 지방소득·소비세(2012. 4. 25)’, <영남일보> ‘新분권·균형발전 운동 전개하자(2011.11.30)’ 등이다.

이 원장은 언론사에서 들어온 원고료를 개인 통장으로 받아 사용하다가 노조가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연임반대에 나서자 최근 원고를 쓴 연구원들에게 2~3만원씩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특히 자신이 쓰지도 않은 책에 자신의 이름을 버젓이 대표저자로 밝혀 학자로서의 기본적인 양식마저 의심받고 있다. 대경연에서 출간한 ‘H2O지역개발론’의 경우 4명이 공동집필했지만 이 원장은 실제 글을 직접 쓰지 않았다.
 
이 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저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18명의 연구원들이 공을 들여 집필한 ‘자립적지역균형발전’도 이 원장이 대표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대표저자 이름 쓰더라도 책 뒤에 저자들 이름이 다 나오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책 표지에 저자 이름도 없이 대구경북연구원 편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내가 아이디어를 내고 내가 연구를 냈으며 연구원들을 괴롭히다시피 해서 만든 원고”라며 “모든 공적은 다 같이 돌아가는 것이고 저자 이름도 책 뒤표지에 실리기 때문에 자신들을 위해서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원장은 칼럼 대필에 대해서도 연구원들에게 주제를 정해주고 원고를 작성해오면 자신이 수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혀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은 “기관의 홍보를 위해 연구원들에게 원고를 써오도록 했다”고 자신이 직접 쓰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내가 읽고 고쳐서 언론사에 보냈기 때문에 대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실련 김수원 집행위원장은 “자신이 쓰지도 않은 원고를 자신이 썼다고 한 것도 문제이지만 수정을 했기 때문에 대필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졌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이는 학자로서도 자격 미달일 뿐 아니라 대구경북의 싱크탱크인 연구원장에는 턱없이 천박한 도덕성”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실련과 대구참여연대, 민주통합당 경북도당은 각각 논평을 내고 이 원장의 도덕성과 리더십을 문제 삼으며 ‘결자해지’를 주장해 사실상 원장 연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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