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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같은 마을이라는 노원, 지명 바꾸라!

황천우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3/03/19 [18:05]

갈대 같은 마을이라는 노원, 지명 바꾸라!

황천우 칼럼니스트 | 입력 : 2013/03/19 [18:05]
고려사절요 1101년의 기록이다.
 
崔思諏等 奏 臣等 就盧原驛 海村龍山等處 審視山水 不合建都 唯三角山面嶽之南 山形水勢 符合古文請於主幹 中心大脉 壬坐丙向 隨形建都 從之
 
『최사추 등이 아뢰기를, ‘신들이 노원역ㆍ해촌ㆍ용산 등 여러 곳에 나아가서 산수를 살펴보았으나 도성을 건설하기에 합당하지 않았으며 오직 삼각산 면악의 남쪽은 산형과 수세가 옛 문서와 부합되니 주산 줄기의 중심 큰 맥에 임좌병향으로 지형에 따라서 도성을 건설하기를 청합니다.’ 하니 따랐다.』
 
다음은 고려사절요 1217년의 기록이다.
 
五軍 奏捷云 丹兵至豐壤縣曉星峴 我師欲戰 將渡橫灘 賊 尾擊之 左軍先戰 敗走 中軍後軍 自山外 出賊背 擊却之 追至盧元驛 宣義場 斬馘 甚多 牛馬衣物 悉棄而去 時有隊正安彭祖 中矢 還京云 丹兵 被殺 唯二人 餘死者 皆我軍也
 
『오군(고려의 5군제)이 승리의 소식을 아뢰며 이르기를, ‘거란군사가 풍양현(남양주 진건 일대)의 효성현에 이르자 우리 군사들이 싸우고자 횡탄을 건너려하는데 적이 추격하였습니다. 좌군이 먼저 싸우다 패하여 도주하는데 중군과 후군이 산 밖으로부터 적의 뒤로 나와 공격하여 물리치고, 노원역의 선의장에 이르기까지 추격하여 목을 베어 죽이니 수가 상당히 많았고 우마와 의물을 모두 버리고 도망갔습니다.’하였다. 그때 대정 안팽조가 화살에 맞아 서울로 돌아와 말하기를 ‘거란 군사가 피살된 수는 오직 두 사람이고 나머지 죽은 사람은 모두 우리 군사입니다.’라 하였다.』
 
상기의 첫 번째 글은 고려 숙종 당시 남경(서울)으로의 수도 이전과 관련한 기록이고 아래는 고려 고종 당시 거란족의 침입과 관련한 기록으로 이로부터 노원(盧原, 盧元)이라는 지명이 우리 역사에 등장한다.
 
그런데 상기에 등장한 지명을 살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노원에서 원에 대해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노자는 분명하게 주로 나라 이름이나 최고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盧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盧자의 용례를 살펴보자. 斯盧(사로)라 하여 신라를 의미하고, 對盧(대로)라 하여 고구려 최고의 벼슬을 지칭하고, 毘盧峯(비로봉)이라 하여 금강산 최고봉을 의미한다. 즉 당시 ‘盧원’이란 지명을 살핀다면 ‘최고의 고을’ 정도로 해석함이 옳다고 본다.
 
이어 조선조 태종 때까지 盧原으로 사용되는데 세종 조에 느닷없이 盧자 위에 풀을 의미하는 ‘艹’를 더하여 명백하게 갈대를 의미하는 蘆자의 蘆原으로 바뀐다.
 
세종 25년(1443년)의 실록 기록이다.
 
『첨지중추원사 곽운(郭惲)이 동대문 밖 순작절제사(巡綽節制使)였는데, 노원역자(蘆原驛子, 역에서 일보던 사람)가 강도사건을 고발하였으나 곽운은 그냥 두고 체포하지 않았다. 이에 형조에 내려 수사하고 그 직임을 파면하여 충청도 전의현으로 귀양보냈다.』
 
이 시기부터 으뜸 고을의 의미를 지닌 노원이 졸지에 갈대가 많다는, 나쁘게 이야기해서 갈대 같은 마을이란 의미의 노원으로 바뀌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일부 문학 작품에서는 盧자를 사용)
 
참으로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삼각산과 도봉산이 좌측에 그리고 수락산과 불암산이 우측을 둘러싸고 있는 천혜의 고을에 대해, 한때 이 나라의 중심 마을로 고려되기까지 했던 노원을 가리켜 갈대 같은 마을이라니.
 
혹자는 오래 전 중랑천 변을 중심으로 물가에 자생하는 식물인 갈대가 많았을 수 있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도 천만에다. 중랑천의 노원 지역 지명이 송계(松溪)였던 점 그리고 연세 드신 분들의 증언, 일제 시절 일본인들이 중랑천 주변에 지천으로 깔린 소나무를 베어갔다는 사실을 살피면 중랑천 역시 갈대와 무관하다.
 
우리말에 ‘이름값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이름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그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금 한 정치적 탕아가 내 고향 노원을 기망하고 있다. 그러니 빨리 노원의 원 지명을 찾자는 이야기다.  cleanercw@naver.com

*필자/황천우. 작가. 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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