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열리는 첫날, 전국적으로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관측에 의하면, 경남 남해지역에 최고 146mm의 강우량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상세한 자료를 찾아보니 전국적으로 100mm 안팎의 많은 비가 쏟아져서 기상관측 이후 처음으로 전국 50여 시군의 강우량 신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는 소식이다. 그러면서 서울지역에 내린 46mm의 강우량은 89년 만에 가장 많은 비라고 했다.
계절의 변화는 뚜렷한 조짐을 보이면서 시시각각으로 우리 곁으로 찾아오고 있건만, 정치적 변화의 흐름은 아직도 뒤숭숭하고 어지럽다.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거나 유리한 점만 부각시키는 자기해석적이다. 차기정부의 첫 국무총리 지명자가 자진사퇴한 이후, 사퇴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일각에서는 인사 검증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편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증으로 어느 것이 옥이고, 어느 게 돌인지 철저하게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치적 목적에서 서로의 입장이 다르지만 국민이 듣고, 보고, 판단하는 높이는 매양 한 가지일 것이다. 자질과 능력을 두루 갖춘 지도자가 한결같은 위민정신으로 선정(善政)을 베풀어달라는 염원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 등 국민적 의혹이 있는 후보를 적당히 인선하려함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공익을 위한 인사검증에서 개인적 인격이나 한 가정의 위신보다 때로는 가혹할 정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그러한 인사청문회의 준비과정에서 스스로 사퇴한 김용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는 지난 2월1일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의 가족들은 신경쇠약 등에 걸리게 되는 것은 차치하고 이런저런 충격에 졸도하는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했다”고 밝히면서 억울하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김 전 지명자는 “당선인이 저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아니한 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였다는 쪽으로까지 비난이 확대돼 새 정부를 구성해 출발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어, 해명할 수 있는 것은 해명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게 뒤늦은 해명을 했다. 해명 내용에 있어 그의 장·차남이 어린 시절 보유한 경기 안성의 임야 건, 모 지역의 엽연초조합이 경매한 토지의 헐값 매수 건, 장·차남의 서초동 부동산 보유 및 증여세 미납 건, 부인의 송파구 마천동 토지 보유 건 등에 대한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는 해명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언론에서는 1975년 수원의 임야(1만7355㎡) 보유로 인한 6억여원 시세 차익 건, 장남 명의의 서울 무악동 아파트를 1999년 취득할 당시 김 전 지명자가 분양대금 2억8000만원을 내 증여세 포탈 의혹 및 2002년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한 장남이 1999년 국내 법무법인에 외국변호사로 취업하게 된 의혹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다보니 옹호세력 중에서도 김용준 위원장을 비난하는 사례가 있다.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모 교수는 방송에 나와, 김 인수위원장이 내놓은 해명 즉, “가족들은 차차 신경쇠약 등에 걸려”, “가정까지 파탄되기 일보 직전” 등의 표현을 쓴 것에 대하여 “그 연배가 되신 분이 그런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치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숨기지 말고 ‘모든 것이 내 불찰'이라고 넘어가는 것이 맞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쩌면 새 정부 출범의 성공 여부 가늠자가 될 뻔했던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의 낙마로 인해 시기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당위적 대의(大義)에 있어서도 훼손을 가져왔다. 그것을 인사검증시스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실패를 거듭하는 꼴이 되고 만다. 보도에 의하면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50~60% 정도로 이는 역대 대통령 당선인 가운데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향후 5년간 성공적인 새 정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애정의 여론이기도 하다. 새 대통령 또는 당선인에 대해 언론이나 야당이 서로 좋은 관계를 가지는 ‘허니문기간’이라는 게 있다. 그러나 야당은 “허니문기간은 없다”고 일찌감치 단언하였고, 언론과의 밀월관계도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가 펼칠 청사진은 원대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하지가 않다. 2월 초에 기상이변으로 겨울폭우가 내렸고, 오늘 날씨도 여전히 흐리고 차갑다. 그렇지만 땅은 단단히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속에서 새싹은 움을 틔울 것이다. 국민은 그간 힘들고 지루했던 겨울의 회색빛에서 벗어나 따뜻한 봄빛을 원한다. rgjeong@naver.com *필자/정라곤(시인․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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