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 사법권은 법원, 행정권은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하여 3권분립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반(反)헌법적·위헌적 행위 등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야기시켜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흔들었다. 문제는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도 반헌법적 행위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히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와 헌법재판소간에 ‘접촉’이 있었다는 의혹은 ‘3권분립’을 뒤흔드는 반헌법적 행태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질타를 받고 있다. <편집자주> 헌재보다 2주 빠른 비망록…‘통진당 해산판결-연내 선고’ ‘헌정파괴 진상조사위원회’…국정조사·특검 통해 일벌백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2월2일 공개한 故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비공개 회의 발언 등이 담겨있다. 비망록에는 ‘통진당 해산판결-연내 선고’, ‘정당 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지역구 의원 상실 이견-소장 의견 조율 중(금일), 조정끝나면 19일, 22일 초반’ 등이 적혀있다. 문제는 이 시점이 헌법재판소의 공식 발언보다 앞서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가 헌재 결정 과정에 개입했거나 헌재가 청와대 쪽으로 유출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시당 탈당파의 통합으로 창당됐던 통합진보당은 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가 8 대 1의 의견으로 정당 해산을 결정하여 강제 해산됐다. 2013년 11월5일 대한민국 국무회의는, 법무부가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의결했다. 정부가 위헌정당 해산제도에 따라 정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이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다만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58년 죽산 조봉암 선생이 이끌던 '진보당'이 공보실에 의해 정당등록이 취소되고 행정청 직권으로 강제 해산된 적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의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유럽 순방 중 전자 결재를 재가했다. 헌법 제 8조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 55조에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정당의 해산은 명시되어있는 한편 소속 의원 전체의 자격상실 여부에 관해서는 어느 법류에도 명시적 규정이 없어, 헌재의 결정이 앞으로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중지를 이루고 있었다. 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 선고에서 통합진보당해산심판사건은 인용(찬성) 8명, 기각(반대) 1명의 의견으로 인용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상실 선고 하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2월2일 공개한 故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2014년 10월4일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판결-연내 선고’라고 언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시점은 박한철 헌재소장이 처음으로 연내 선고 방침을 언급한 2014년 10월17일보다 무려 2주 정도나 이른 시점이다. 박 헌재소장은 당시 헌재 국정감사에 참여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통진당 해산 심판은)금년 내에 선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진당 공개변론이 진행 중에 있던터라 그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소장께서 건배사를 하시면서 작심하고 말씀해 깜짝 놀랐다”며 “시한을 박으면서 소장께서 말씀하신 것은 굉장한 파문을 가져올 수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김용헌 헌재사무처장은 “최대한 빨리하겠다는 취지”라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박 헌재소장의 말대로 헌재는 2014년 12월19일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과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청와대·헌재 불거지는 의혹 박 헌재소장의 ‘연내 선고’ 방침은 일부 재판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몰랐던 ‘극비’로 분석된다. 헌법재판소에는 ‘평의’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 전원이 참석해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기에 앞서 사건 심리에 필요한 절차를 논의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회의이다. 그러나 평의에서 공개적으로 선고 시점을 정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박 헌재소장의 발언은 외부의 영향, 특히 청와대 쪽에서 ‘협조’를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혹은 헌재 쪽에서 재판관들의 ‘연내 선고’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 됐다. 청와대가 먼저냐 헌재가 먼저냐를 떠나서 어느 쪽이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헌법재판소의 특정 사건에 대해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헌재는 “청와대 쪽에서 연락받은 적도 없고 헌재가 청와대에 정보를 준적도 없다”며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국민의당은 ‘김기춘 헌정파괴 진상조사위원회’를 결성하여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관련한 많은 의혹들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나섰다. 국민의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포인트는 “김 전 비서실장의 의혹을 빠짐없이 밝혀내는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12월5일 “2014년 9월6일 김기춘 前비서실장이 ‘법원 지나치게 강대·공룡화 견제수단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도록’이라며 지시했다”며 故김영한 前민정수석의 비망록의 일부를 공개했다. 또한 이 의원은 “김기춘 前비서실장은 2014년 6월24일경부터 9월7일 임기만료인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으로 호남출신을 배제하고, 검찰 몫 획득을 위해 양승태 대법원장등과 교류하며, 황교안 법무장관등을 통해 내부검증 및 의사타진을 한 정황이 곳곳에서 들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김기춘 前비서실장의 ‘법원을 길들이라’는 발언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고, 대법관 검찰 몫 획득 작업의 전모와 함께 검찰 출신 대법관을 인선하려는 불순한 목적이 고스란히 밝혀졌다”며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법무부장관이 대법관후보자 인선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하고 헌법을 파괴한 행위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이후 신영철 대법관 후임으로 내정된 검찰 출신 박상옥 대법관의 인사과정에서 대법원이 당시 추진하던 ‘상고법원’과 빅딜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대법원은 반드시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지난 2014년 7월24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는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으로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과 윤남근 고려대 로스쿨 교수,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모두 법관 출신을 추천하여, 안대희 대법관 퇴임 후 지난 두 번의 인선에서 대법관을 배출하지 못한 검찰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으나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5년 1월21일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으로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경기 시흥 출생, 前서울북부지검장)을 임명 제청한바 있다. kkjin001@hyundaenews.com '정경유착에 이어 청(靑)·헌(憲)유착 의혹…핵심은 김기춘 ②' 에 이어집니다.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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