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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새로운 트렌드? “지금은 할배 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노년 사랑’…유행 따라서 3당 대표 평균나이도 72세?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6/07/06 [16:49]

정치권 새로운 트렌드? “지금은 할배 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노년 사랑’…유행 따라서 3당 대표 평균나이도 72세?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6/07/06 [16:49]

몇 년 전 TV 예능프로의 신기원을 연 ‘꽃보다 할배’는 대중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았다. 그간 예능과는 맞지 않을 것 같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의 ‘노인’들이 예능에 출연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이같은 ‘할배’들은 정치권에서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김기춘 등 70이 훌쩍 넘는 인사가 주요요직을 차지했고, 최근 비대위 체제로 재편된 원내 1,2,3 비대위 대표의 평균나이가 72.3세다. 바야흐로 ‘할배 정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김범준 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두드러진 할배 기용…70세는 기본

야망·사심 없고 상명하복 문화 젖은 ‘노년층’ 선호해

정치권 강타한 노년층 열풍…그 시작은 서청원 복귀

할배로 구성된 원내 3당 대표…김종인·박지원·김희옥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정치인들은 자주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를 부르짖곤 한다. 기존에 오래 정치판에 있던 정치인들을 ‘구태’로 몰아 젊고 참신한 인재들을 영입하려 하고, 국민들도 대체로 원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떠오른 젊고 참신한 대표적 인물은 안철수 의원이다. 50대 초반에 나이로 젊고 성공한 사업가이자 학자이며 의사인 ‘정직맨 안철수’의 등장은 기존 구태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 혐오’ 감정이 자극받아 대권주자로 까지 순식간에 뛰어 올랐다.

 

▲ 박근혜 대통령의 '노년 선호'로부터 시작된 정치할배 활약(?)에 대표격 인물들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 대표     © 주간현대

    

‘할배 사랑’ 박근혜 대통령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이후 이같은 ‘세대교체’의 방향이 후퇴하기 시작한다. 노년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탄생한 박근혜 정권은 인선부터 과거로 돌아가는 행보를 보였다. 30여년 전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때 활약했던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앉힌 것이다. 즉, ‘할배 정치인’들을 대거 복귀시켰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주요 보직에 고령 인사들을 중용해오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홍원 전 총리는 2013년 임명 당시 69세였고,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임명 당시 68세였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69세에 직을 맡았다.

 

허 전 실장의 후임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939년생으로 2013년 임명 당시 74세였다. 후임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1947년생으로 김 전 실장보다 젊지만 68세의 노인이다. 당시 또다른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던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1941년생 당시 74세의 고령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이원종 비서실장 역시 1942년생으로 올해 나이 74세다. 또한 남재준·이병기에 이어 국정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현 이병호 국정원장은 1940년 생으로 올해나이 76세의 고령이다.

 

이 외에도 박근혜 정부의 고령 인사들은 셀 수없이 많다. 지난 2014년 임명된 이인호 KBS 이사장과 최근 뇌출혈로 쓰러진 윤종승(방송인 자니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는 1936년생으로 임명 당시 79세로 초 고령이었다. 지난 2013년 임명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도 이 이사장, 윤 감사와 동갑이다. 최근 임기를 마무리한 유흥수 주일대사도 1937년생이다.

 

이에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 리더십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연령. 22세 젊은 나이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며 “나이 많은 사람은 정치적 야망 등 사심이 없고 상명하복 문화에 젖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신 트라우마’가 있는 박 대통령으로선 중요한 인선 기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박 대통령이 일찍이 연장자를 주로 상대해 이들에 지시하고 보고받는 것이 몸에 익숙해져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10대 때부터 청와대에서 생활하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를 지켜 봐 나이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은 인선과정에 신뢰를 더 중시해 믿을 수 있는 사람, 나이 많은 사람 위주로 간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버지의 향수?

 

한 대학교수의 경우에도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본받고 싶은 사람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일 것이고, 아버지를 많이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대통령 입장에서 김기춘 전 실장은 아버지 시절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라 검증이 된 사람이다. 아버지 때 청년기였던, 공직에 있던 사람들이 지금 나이가 대부분 70대이니 그 연령대가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자신이 일해 보면서 검증이 됐던 사람들을 쓴다. 박 대통령 선거 때 활동한 ‘7인회’가 주요 요직에 있는데 그 분들이 추천할 만한 나이대가 대부분 동년배인 70대”라고 말했다.

 

한 시사평론가의 경우에는 ‘부성결핍 콤플렉스’로 박근혜 정부 인사를 설명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어머니를 먼저 잃어서 어머니 역할을 했고, 아버지 박정희와 어머니 육영수의 모습이 반반씩 섞여 있다”며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이제 박정희 대통령을 닮아야 하는데 박 대통령에겐 아버지 같은 선도형 리더십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 대통령은 아버지와 달리 의존형이며, 측근에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박근혜 정부 인사에서 확인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순 없다. 문제는 ‘올드보이’라는 호칭은 고령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옛날 사람’이라는 점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박정희’의 그림자다. 김기춘 전 실장과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고시 출신으로 박정희 시대에 관료 일을 시작했고 남재준 전 원장과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 등은 박정희 재임 당시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박 대통령이 당 대표, 비대위원장, 대통령 후보 시절 기용한 비서실장 인사 면면을 보면 자신보다 나이 적은 사람이 주류를 이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나 의원시절 그녀를 보좌했던 이성헌, 유승민, 유정복, 이학재, 최경환 등의 인물들은 박 대통령보다 모두 연하로 적게는 3살, 많게는 10살 이상 차이가 난다. 그나마 진영 전 비서실장이 유일하게 2살 위였다.

 

한편, 차기 대선에서 친박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에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다면 명실상부한 ‘할배 정치인’이 될 전망이다. 1944년생인 반기문 총장은 올해나이 72세로서 매우 고령에 속하며 내년 대선에는 73세로 70대 중반에 접어든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정치적 필요에 의해 젊은 층을 활용한 측면이 강하다”며 “역대 대통령은 대선 전에는 국민 스타일에 맞췄으나 청와대 입성 후엔 대부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의 ‘할배 정치’가 박근혜 대통령의 코드와 맞는다는 것이다.

    

與 대표 할배 서청원

 

이같이 박근혜 대통령의 ‘할배 선호’는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그 시초는 새누리당 내 친박 큰형님 ‘서청원(1943년생)의 대두’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 영향력 있는 ‘친박 중진’이 필요했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홍사덕 의원(1943년생)이 19대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해 정세균 의원(현 국회의장)에게 패배하면서 청와대와 가교역할을 할 중진이 사라져 버린 탓이다.

 

이에 18대 총선에서 금품수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또다른 친박 중진 서청원 의원 카드를 꺼내들게 된다. 서청원 의원은 2013년 하반기 비례대표 선거에서 경기도 화성시 갑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친박 당 대표’를 위한 본격적인 당권 도전에 나선다. 하지만 2014년 7월에 열린 전당대회에서 비박계로 떠오른 김무성 의원에게 패배하면서 결국 최고위원으로 남게된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청와대와의 소통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충분히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아, 오는 8월7일에 열리는 전당대회 출마설까지 돌고 있다.

 

서청원 의원 외에 대표적인 할배들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아가는 원내 1,2,3 당의 비대위 대표들이다. 새누리당 김희옥(1948년생), 더불어민주당 김종인(1940년생), 국민의당 박지원(1942년생)으로 이들의 평균나이는 무려 72.3세의 육박하지만, 각 당의 대표를 맡아 활발하게 활약 중이다.

 

경제 할배 김종인

 

이들 중 최고령이자 대표적인 할배 정치인으로 꼽히는 인물인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1940년생 76세의 고령으로서 ‘경제 할배’로 불리고 있다. 주로 새누리당계열에서 활동해온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올해 초 당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영입한 인재다.

 

김종인 대표는 비대위 대표자리에 앉자마자 초반에 당의 분열 위기를 수습하며 ‘할배의 연륜’을 보여줬다. 특히 탈당한 국민의당에게 ‘연대’가 아닌 ‘통합론’을 제시하며 독자노선을 안철수 대표를 흔들기도 했다. 게다가 중도 노선을 천명하며 보수지지층의 지지도 회복했다. 이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율이 오르면서 모처럼 30%대를 유지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집토끼인 기존 지지층의 실망을 준 일종의 사고들도 많았다. 그 시작은 이해찬과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공천배제)였다. 친노좌장으로 불리며 본인도 친노주류임을 당당히 밝히는 이해찬 의원과 강성파 정치인으로서 여권 및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정청래 의원이 3월 초·중순에 순차적으로 진행된 공천심사에서 ‘컷오프’를 당하며 성토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평소 강경파 정치인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김종인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 했다는 의혹 때문에 비판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김종인 대표는 ‘정무적 판단’이라는 애매한 잦대를 들이밀며 ‘컷오프’ 취소 요구를 묵살했다.

 

게다가 지난 3월20일 발표된 비례공천 명단은 당 주류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평소 정치적 욕심이 없다고 스스로 말하고 다닌 김종인 대표가 무조건 당선권인 비례대표 2번을 받은 것이다. 이에 당 내외를 불문하고 ‘셀프 공천’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 지지율이 폭락하기 시작한다. 당 내 반대파에서는 김종인 대표의 셀프 공천을 행동을 ‘노욕’(老慾)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이에 김종인 대표는 본인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지난 3월21일 당무거부에 돌입하고 ‘대표직 사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령탑이 없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찾아온 더불어민주당은 김 대표를 설득했다.

 

이에 전 당 대표이자 김종인 대표를 영입했던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김종인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직접 찾았다. 더민주는 당초 오전 11시에 예정됐었던 비상대책회의를 3시로 미루고 문 전 대표의 설득을 기다렸다. 결국 문재인 전 대표는 설득에 성공했고, 김종인 대표는 다음날인 23일 당을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벌어진 총선에서 전국적으로는 이겨 ‘원내 제 1당’차지했지만 호남에서는 3석밖에 얻지 못하면서 국민의당에 참패하는 이상한 상황이 전개되어 책임소재가 모호해 졌다. 이처럼 당 대표를 맡아 더민주를 원내 제 1당의 공로를 어느정도 인정받은 김종인 대표는 총선 이후 계속해서 대표직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종인 측근 및 비주류 세력들은 전당대회를 하지말고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정식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당 대표 합의 추대론’을 들고나온 것이다.

 

하지만 친노 및 주류 인사들은 ‘셀프 공천에 이어 셀프 추대’로 규정하고 맹공격을 가했다. 이에 결국 오는 8월27일을 전당대회 날로 정하고 김종인 대표는 비대위 본연의 역할인 임시 대표로서 직을 수행하게 됐다.

 

늙은 여우 박지원

 

‘할배 비대위 대표’ 중 둘째인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 대표는 ‘정치 9단’으로 익히 알려진 정치 고수다. 애초 국민의당에 입성했을 때부터 거대 양당과의 내공 대결에서 뒤처지지 않을 인재로 기대를 모았다.

 

결국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는 등 원내교섭단체를 넘어선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양당사이에서의 교섭능력이 중요해지자 안철수 대표 등의 당 지도부가 박지원 원내대표를 추대했다. 이에 고심 끝에 받아들인 박지원 대표는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터’역할을 천명했다.

 

이처럼 초반에 순항하던 국민의당은 안철수계파가 연루됐다고 추정되는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으로 주춤하게 되고, 결국 안 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동반 사퇴하게된다. 이같은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박지원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맡으면서 다음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중책을 맡게됐다.

 

박지원 대표의 경우에는 평소 대표자리에 대한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냈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 대표직을 맡아 자신의 ‘정치 할배의 연륜’을 맘껏 뽐낼 것으로 보인다.

 

친박 허수아비? 김희옥

 

‘할배 비대위원장’의 막내이자 상대적으로 ‘젊은 할배’인 김희옥 새누리당 비대위 대표의 경우에는 친박계가 행한 ‘정진석 비대위 보이콧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친박이 영입한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기존 정치권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영입은 당 내에서도 ‘깜짝 인사’로 알려졌다.

 

다만 친박의 한계 때문인지 ‘중립’을 지켜야하는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중순 ‘친여 무소속 국회의원 새누리당 복당 문제’와 관련해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갈등으로 당무 거부를 선언하면서 당을 더욱 시끄럽게 만든 것이다.

 

결국 비대위에서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주적 중 한명이자 비박의 구심점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막지 못하면서 친박의 원망 목소리는 커졌다. 이에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책임을 비박계의 권성동 사무총장에 돌리며 경질을 요구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버티다가 결국 물러나게 되면서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친박 행보는 더욱 두드려지게 됐다.

 

앞으로 전당대회 전까지 ‘친박이 원하는 비대위원장’의 모습을 보이며 전형적인 ‘관리형 비대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허수아비 할배 비대위원장’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윤여준 할배의 조언...창조경제 한다면서?

 

이같은 박근혜 정부와 국회에서 두드러지는 ‘할배들의 활약’(?)에 안철수 의원의 멘토인 ‘정치 할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1939년생)은 “현 정부가 창조경제와 개혁을 국가적 과제로 선정한 것이 국민 공감을 얻는 만큼 이에 걸맞은 인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요지’에 조언을 한 바 있다.

 

kimstor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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