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부엉이 귀신 따라 저 세상에 갈까 걱정”?

<칼럼 투데이스케치>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말조심해야

정라곤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2/12/09 [09:56]

“부엉이 귀신 따라 저 세상에 갈까 걱정”?

<칼럼 투데이스케치>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말조심해야

정라곤 칼럼니스트 | 입력 : 2012/12/09 [09:56]
며칠 전 관상 보는 철학가와 우연히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는 한학에 조예가 깊고 특히 삼국지의 대가로 소개 받았는데, 중국역사를 한눈에 꿰뚫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식사시간을 이용하여 중국 고사 오월동주(吳越同舟)에 관한 내용도 알려 주었고, 거기에 나오는 합려, 부차, 구천, 오자서 등 주인공들의 사연을 이야기 해주었다. 필자가 즐겨보는 중국 드라마 ‘월왕구천’ 등에서 본 적이 있어 그분의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 정라곤     ©브레이크뉴스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주제가 자살한 사람에게 미치자, 자살한 사람은 못다 푼 원한, 즉 원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를 해코지하는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면 안 된다는 주의를 주었다. 사자(死者)에 관해 험담하거나 손해를 끼치게 하면 큰 화(禍)를 입게 된다고 하면서 사례를 들어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꺼림직한데, 자살한 사람의 원혼에 대해선 반신반의(半信半疑) 중이다. 

그러함인데 과거 박정희 통치하에서 압박받았던 김중태(74)씨가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임명받고 박 후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부엉이귀신’이란 말을 하여 구설수에 올랐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가 알고 있는 사회적 경험과 지식과 기반으로 하여 뒤늦게나마 자신의 알고 있는 바를 대선에 쏟아 붓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2009년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엉이 귀신’에 비유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과거 유신시절의 오랫동안 상흔(傷痕)의 아픔을 느꼈던 김 부위원장이 일흔이 훨씬 넘은 춘추로 특정인을 용서하고 현실을 바로 알리려는 노력은 지식인으로서도 마땅한 일이다. 그래서 자신이 지지하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연로한 그의 입장에서 스스로 선택한 정치관(政治觀)의 발로라 무어라 말 못하겠지만, 문제는 상대방 후보에 대한 헐뜯기다. 그가 여당의 선대위 부위원장이란 ‘완장’을 차자마자 애써 상대당 후보의 험담을 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12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지역 대규모 합동유세에서 “이번 선거에서 애국적인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지지에 힘입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말을 했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이어서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직접 겨냥하여 “낙선한 문 후보가 봉화마을 부엉이 바위 위로 찾아가 부엉이 귀신 따라 저 세상에 갈까 걱정”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또 “6.25 당시 문 후보의 부모는 부산으로 피난 와 국제시장에 자리 잡은 새터민”이라며 “그런 부모를 둔 문 후보는 그 후 변호사가 되고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대한민국 은혜에 감사해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는바, 후보의 부모까지 들춘 그 저의를 모르겠다. 이어 안철수 전 원장에 대해서도 “이랬다 저랬다를 계속 반복하는 안철수는 인생을 거꾸로 사는 사람이다. 나라의 은혜에 배은망덕하고 이리 가라 하면 저리 가는 청개구리 같은 인간들이 활개 치는 세상이 되어서는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는바, 좌충우돌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대인관계에서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생활하지만 항상 자신의 주장, 주의가 옳다는 것은 자만이다. 자신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주장일 뿐이다. 그러한 자신의 이야기가 마치 사회정의라거나 대중의 보편적 가치라는 것을 과신하고서 확정하여 말하는 것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마따나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말로써 말 많으니 말말까 하노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오늘은 일요일이라 느긋한 마음으로 책꽂이에 책 제목을 보다가 관심 있는 책을 빼내어들었다. 마침 ‘말을 잘해 야 성공한다’는 제목의 책이었다. 지난해에 새로 산 책으로 페이지를 넘기니 소제목이 수두룩하게 적혀 있다. ‘부드러운 첫마디로 마음의 문을 열어라’ ‘한 마디의 잘못이 말 전체의 인상을 흐리게 한다’ ‘진지한 사과는 모든 것을 용서해준다’ ‘상대를 아프게 하는 질문은 자제하라’는 등 마음의 초상(肖像)으로서 말에 관한 내용인바, 글머리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말은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입니다. 나쁜 인상을 남기려면 나쁜 말을 쓰면 됩니다. 반대로 좋은 인상을 지으려면 좋은 말만 쓰면 됩니다.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을 남기는 작업은 여러 말일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한 두 마디 말로써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중대한 말의 효능을 아무렇지도 않게 치부해버립니다. 한 번 나빠진 인상을 회복하는 데는 아무리 간곡한 호소도 소용이 없는 데 말입니다. …”

위에서도 알 수 있듯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 기호로써 그 사람의 인격이다. 사람들은 매일 말을 하고 생활하는데, 말로 빚어내는 사연들이 많다. 말을 잘해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때로는 구설수(口舌數)에 올라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으니 대인관계에서는 항상 말조심해야 함이다. 특히 공인이나 사회지도자의 헛된 말은 치명상(致命傷)에 이르거늘 자나 깨나 말조심. 말에도 품격이 있는 것이다.
rgjeong@naver.com

*필자/정라곤(시인․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