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청피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직원들 대부분이 취업제한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퇴직한 공직자가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취업심사를 100% 통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청와대’와 비교해 ‘이명박 청와대’ 출신들은 취업심사에서 ‘취업제한’ 판정을 받아 재취업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박근혜 정부의 ‘청피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편집자주>
청와대 출신 퇴직자 취업제한기업 재취업…청피아 논란 박근혜 청와대 출신은 취업심사 합격…MB 출신은 낙방
[주간현대=김유림 기자]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직원들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제한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돼 ‘청피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재취업한 퇴직자들은 모두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를 통과하긴 했지만 낙하산 또는 전관예우 차원으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청피아 논란
최민희 새청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청와대에서 제출받은 자료와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 결과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청와대에서 근무한 직원 중 수석비서관 4명, 비서관 1명, 행정관 8명 등 13명이 대기업과 대형로펌, 사립대학, 각종 협회 등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와대발 낙하산 인사 중 수석비서관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남기 전 홍보수석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재취업했으며, 윤두현 전 홍보수석은 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으로 임명됐다.
특히 두 사람은 모두 언론인 출신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 임명 당시에 ‘폴리널리스트’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폴리널리스트란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을 합성한 용어로 언론 활동을 바탕으로 정계와 관계 진출을 시도하는 언론인을 가리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고 있다.
또 지난 5월 윤창번 전 미래전략수서석은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영입됐다. 윤 전 수석은 청와대에 몸담기 전 이미 김앤장의 고문을 역임한 적이 있어 ‘김앤장-청와대-김앤장’이라는 회전문 인사로 곳곳에서 비판을 받았다.
최순홍 전 미래전략수석은 지난 8월 LS산전의 상근 고문으로 선임됐다. LS산전 측은 최 전 수석과 관련해 “ICT 역량 강화를 위해 영입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 전 수석의 이력은 LS산전의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출신 중 수석비서관 외에도 ‘청피아’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의 경우 최근 현대씨앤에프(현대C&F)의 사외이사로 발탁됐다. 현대씨앤에프는 올해 5월 현대종합상사로부터 분할되어 신설된 법인으로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 인사를 모셔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최 의원실은 전했다.
오창훈 전 선임행정관은 KT파워텔의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채용됐다. 일각에서는 오 전 행정관의 KT파워텔 취업을 두고 KT가 국가적 사업인 재난통신망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창수 전 선임행정관의 경우도 전형적인 낙하산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전 행정관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보좌관 출신으로 최 부총리가 이명박 정권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직을 수행할 당시에도 ‘장관 정책보좌관’이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퇴직했는데 올해 3월 금융투자협회 전무로 영입됐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증권사 등으로 구성된 금융투자협회에서 한 전 행정관을 영입한 이유는 “금융투자산업과 자본시장 관련 입법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전 행정관 영입을 두고 현 정권 실세의 측근을 통해 증권사 등에 유리한 입법 로비 활동을 펼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퇴직한 이상민 전 행정관은 지난 8월 아시아드컨트리클럽(아시아드CC)의 상임이사로 영입됐다.
특히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의 간부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사표를 낸 인물이다. 접대골프로 물의를 일으켜 스스로 물러난 인물이 골프장 상임이사가 된 것이다. 이 전 행정관은 또 서병수 부산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아시아드CC는 부산시가 출자한 골프장으로 상임이사는 부산시에서 추천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서병수 시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퇴직한 강일원 전 행정관은 최근 가톨릭관동대학교의 산학협력부단장으로 임용됐다. 하지만 부천시의원,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한 이력의 강 전 행정관이 대학의 산학협력 책임자로 영입된 것은 누가 봐도 ‘청와대 근무 경력’에 의한 낙하산 인사라고 최 의원실은 지적했다.
이 밖에 지난 6월 퇴직한 행정관 A씨는 곧바로 ‘금산’이라는 기업의 이사로, 8월에 퇴직한 행정관 B씨는 같은 달 ‘한국자금중개’의 팀장으로, 지난해 4월 퇴직한 행정관 C씨는 올해 2월 우리카드 홍보팀장으로 각각 영입됐다.
‘이명박 청와대’ 출신은 취업제한?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공직자에 대한 취업심사는 100% 취업 승인이 이루어졌다고 최 의원실은 전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퇴직자들은 심사에서 ‘취업제한’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박근혜 정권은 ‘청피아’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직자윤리위가 지난해 7월부터 공개하고 있는 취업심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청와대’에서 근무한 제1부속실장 D씨는 지난해 3월 ‘베르넷크레이트대부’라는 대부업체에 고문으로 영입됐다. 그러나 같은해 12월 취업심사에서 ‘취업제한’ 결정으로 해임됐고 취업심사 없이 취업한 것에 대한 과태료도 부과받았다.
또 ‘이명박 청와대’ 출신 퇴직자 기후환경비서관 E씨는 지난해 9월 대기업 코오롱 전무로 영입될 예정이었으나 심사 과정에서 ‘취업제한’ 판정을 받았다.
반면 최순홍 전 미래전략수석의 경우 대기업 LS산전의 고문으로 영입된 것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로 판단한 것으로 나타나 ‘박근혜 청와대’ 퇴직자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가 느슨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 퇴직자의 재취업 실태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라며 “어떤 공직자보다도 엄격해야 할 청와대 퇴직 공무원들이 사회 곳곳에 무분별하게 낙하산으로 투하되는 것은 정권을 위해서라도 근절되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권력의 중추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청와대 경력’을 내세워 한자리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자중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공직자윤리위 역시 다른 어떤 퇴직 공직자보다 청와대 출신들에 대한 취업심사를 엄격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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