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정감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여당은 ‘민생국감’, 야당은 ‘4생(生)국감’이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국회가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뜬구름만 잡다가 끝이 났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또한 피감기관 감사보다는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쭉정이 부실감사가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편집자주>
내년 총선 앞두고 지역구 민심 챙기기 ‘급급’ 고성·막말 난무하는 국감장… “파행 빚었다” 경실련, ‘최악상임위’, ‘구태의원’ 선정해 지적 NGO모니터단, D학점짜리 쭉정이 국감 평가
[주간현대=임수진 기자] 경실련이 2015년 국정감사 평가하고 안전행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을 ‘최악상임위’로 꼽았다. 또 8명의 ‘구태의원’과 6명의 ‘불성실한 피감기관장’을 선정했다. 전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한 ‘NGO모니터단’은 수년 째 똑같은 질의가 반복되고, 지역구 챙기기에 혈안이된 의원들에 대해 혹평했다. ‘최악’ 평가받은 국정감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이번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를 ‘최악의 졸속 국정감사’로 평가했다. 경실련은 여야가 사상 최다 피감기관 779개를 대상으로 의욕을 불태웠지만 정부를 감시 및 비판하는 본연의 기능을 스스로 외면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국감은 여야간 정쟁, 의원들의 준비부족, 피감기관의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부실·맹탕국감’을 되풀이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경실련은 “지역구 챙기기에 혈안이 된 의원들의 행태로 제대로 된 국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국감 중반에는 총선 공천룰을 둘러싼 여당의 당내 계파 갈등과 당 혁신안을 둘러싼 야당의 계파 갈등으로 정책국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특히 경실련은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이 막말과 고성, 파행을 거듭했고 정무위원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불러놓고 핵심을 벗어난 질의를 던졌다고 꼬집었다. 또 보건복지위원회는 메르스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간 정쟁을 벌이다 감사가 완전히 무산된 점을 지적하며 안전행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을 이번 국감의 ‘최악상임위’로 선정했다. 또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질의에 나서고 화제성을 의식해 무리한 보여주기식 질의를 한 의원을 ‘구태의원’으로 선정했다. 구태의원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축구 한일전에서 누구를 응원하냐”고 질문한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정무위원회), 무리한 권총 시연을 요구한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안전행정위원회), 성희롱 발언 의혹이 있다며 바지를 내려보라고 한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보건복지위원회) 등이 꼽혔다. 또한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 한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용인갑),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충북 청원),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수원갑),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보은-옥천-영동) 등은 내년 총선 출마지역의 민원을 챙기며 국감장을 유세장으로 만들어 경실련 선정 구태의원이 됐다. 이 의원들은 질의시간에 제2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확장, 충청권 광역철도사업 등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해 눈총을 받았다. 더불어 불성실한 자세로 국감에 임하며 방해한 피감기관장도 지적했다. 경실련은 극단적 이념편향성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온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장관보다는 정치인에 가까웠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자료제출 거부와 태도논란을 빚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부적절 발언으로 파행을 불러온 허준영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 ‘모르쇠’로 일관하여 국감진행을 방해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불성실한 피감기관장’으로 선정했다. 경실련은 “올해 피감기관 수는 2014년 672개보다 107개 늘어난 779개 기관으로 사상 최대였으며 15일 남짓한 기간에 하루 평균 52개의 기관을 감사해야 했다. 그러나 피감기관장이 질문 하나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여전했다”며 “현행 국감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졸속·부실 국감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수박 겉핥기식 국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임위 내 소위 체제를 가동하고, 연중 상시국감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에 정신 팔려 270여개 시민·사회단체 1000여명의 위원과 각 분야 전문가들인 평가위원들로 구성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도 국정감사에 대한 혹평을 내놓았다. NGO모니터단은 국정감사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강성규 민주사회시민단체연합 상임대표, 김성옥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백승억 사법개혁추진단장, 우종순 아시아투데이 사장 겸 편집인 등이 공동단장으로 위촉됐다. NGO모니터단은 국감 중간평가에서 상임위원회별로 2명씩 모범적인 정책제안자 14인과 모범적인 정책감시자 10명을 선정했다. 모범적인 정책제안자에는 ▲박병석(정무) ▲조해진(미래) ▲전병헌(미래) ▲서용교(교문) ▲주호영(국방) ▲윤후덕(국방) ▲박남춘(안행) ▲안효대(농해수) ▲김한표(산업) ▲백재현(산업) ▲이명수(복지) ▲김성주(복지) ▲권성동(환노) ▲우원식 의원 등이다. 모범적인 정책 감시자에는 ▲홍일표(법사) ▲전해철(법사) ▲신동우(정무) ▲심재철(기재) ▲오제세(기재) ▲김태년(교문) ▲이철우(안행) ▲신정훈(농해수) ▲김희국(국토교통) ▲민홍철(국토교통) 의원 등이 선정됐다. 그러나 국감 중간평가로는 ‘D학점’을 부여했다. 모니터단은 “국회의원들의 마음이 지역구와 내년 총선 공천에 가 있는 쭉정이 부실감사”라며 “708개에 달하는 역대최다의 피감기관과 4175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마구잡이로 불러내는 등 형식적인 국감에 그쳐 D학점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모니터단은 여야 두 대표가 국감 분위기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재신임 투표 문제를 들고 나와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당을 내홍에 빠뜨려 문제가 불거졌다”고 평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등 공천방식으로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켜 국정감사 기간을 총선정국으로 바꿔놨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증인 채택 공방, 자료 미제출에 따른 파행, 증인에 대한 ‘망신주기식’ 질의 등이 지적을 받았다. 모든 국감 일정이 끝난 뒤에도 모니터단의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NGO모니터단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대 국회에서 4년간 국감을 했는데 똑같은 질문과 답변이 반복됐다”며 “시정조치가 나와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사람도 없어 모두가 국감 기간만 적당히 때우겠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실있는 국감을 위해서는 이석률 50% 이상의 ‘워스트 국감 의원’ 사례를 뽑는 등의 절대평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경실련이 제안한 상시국감 도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지금 30일간 국감을 실시키로 한 국회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겨우 20일 하는 국감 중에도 실제 이뤄지는 기간은 9∼12일에 불과한데 상시국감이 가당키나 하느냐”고 반문했다. 마지막까지 아수라장 맹탕·막말·부실·졸속 등 오명만 잔뜩 쓴 체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 끝났다. 해마다 지적받은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지난 18대 국회 보다 못하다는 평이 나돌고 있다. 실제 19대 국회는 매년 피감기관 수와 기업인 증인 수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갈아치웠다. 문제는 출석한 증인에게 발언권도 주지 않고 내실 있는 질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점이다. NGO모니터단이 18대와 19대 국회의 국정감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똑같은 내용을 지적하면서 시정조치를 요구한 건수는 86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9대 국회의 세 차례 국감에서 등장한 똑같은 질의응답은 총 242개였다. 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25개 기관을 불러냈지만 이 가운데 7개 기관장은 질문 한번 받지 못했다. 더불어 질의가 집중된 몇 개의 기관 이외에는 답변도 짧게 그쳐 실속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렇게 맥 빠진 국감이 이어지다 마지막 감사에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여야가 맞붙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여야 치열한 공방으로 정회와 속개가 반복되는 파행을 빚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최종 결정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아버지는 군사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배재정 의원은 “역사 쿠데타가 일어나려고 하는데 국회는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이런 국감이 도대체 어디 있냐, 교육부가 국감을 능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여당의원들도 물러서지 않았고 반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교문위 국정감사는 결국 황우여 장관의 현안보고도 듣지 않고 2시간가량 공방만 벌이다 끝이 났다. 허무하게 국정감사를 끝내고 마지막 날 열린 새정치민주연합의 국정감사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내 문제로 (국감에) 집중하지 못했다”면서 “원내대표로서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여야 대표들의 국감 참석율도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1차례 열린 국감 중 첫날인 9월10일 단 하루만 출석했으며 질의도 하지 않은 채 곧 자리를 비웠다. 국방위원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9차례 중 5차례 국감에 출석했지만 대부분 준비해 온 질의만 마치고 국감장을 떴다. 원내지도부 출석률도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원유철 대표가 50%,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이종걸 대표가 70%에 그쳤다. jjin23@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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