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현대=전준강 기자] 성남시가 빚탕감 프로젝트를 시행한지 1년 만에 저소득층 1072명의 악성 채권 106억3000만원을 모두 소각했다.
이 가운데 533명은 지난 2일 오전 성남시청 광장에서 주빌리은행과 성남시기독교연합회가 주관한 ‘5번째 빚탕감 프로젝트 채권 소각 행사’를 통해 73억원 어치 부실 채권을 태워 없애면서 구제받았다. 이날의 악성 채권 소각으로 구제받은 사람들은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파산 신청 및 개인회생 등 구제절차를 받을 수 있다. 악성 채권이란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준 뒤, 3개월 이상 연체한 채권을 손실 처리하고 채권추심업체에 원금의 1~10%가격으로 넘긴 것을 말한다.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 등은 정책을 통해 없애거나 중앙정부 예산을 이용해 싼 값으로 많은 국민의 악성 채권을 탕감해주면 이 사람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 인구 역할을 할 수 있어 국가적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주빌리은행? 주빌리은행은 금융기관이 소유한 악성 채권을 원금의 3~5% 가격에 구입해 채무자가 원금의 7%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 방식으로 올해 1월까지 채무자 792명의 빚 51억3400만원의 채권을 소각했다. 주빌리 은행은 미국 시민단체가 금융인들의 탐욕에 반발해 2012년11월 시작한 빚탕감 운동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에서 영감을 얻었다. ‘주빌리’는 특정 기념주기를 뜻하며, 일정 기간마다 죄나 부채를 탕감하는 기독교 전통에서 유래했다. 2014년 4월 주빌리은행은 제윤경 이사의 주도로 채권소각운동을 시작했고, 같은 해 9월 성남시가 동참하면서 ‘성남시 빚탕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성남시가 참여하지만 성남시민의 채권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이재명 시장의 사전 불법 선거운동이 될 수 있어 지역을 특정하지 않았다. 또한 특정 채권을 매입할 수도 없어 사전에 누구의 채권인지는 알 수 없다. 제 이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채권이 죽지 않고 계속 거래되면 채무자가 평생 괴롭다”면서 “MB정부 이후 파산 문턱이 높아지면서 장기대출채권시장이 급성장해 피해가 속출해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모럴 해저드 논란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양산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 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뒤 국가 기관의 빚 탕감을 기대해 빚을 일부러 갚지 않는 행위가 빈번히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자가 2014년 11만명을 넘었다. 4년 새 2.4배로 급증한 숫자다. 한경은 지난해 개인회생으로 탕감해준 빚이 1조1495억원이라고 보도했다. 무분별하게 대출받은 뒤 갚지 않는 빚이 계속 증가추세인데, 국가기관이 빚 탕감에 나서는 것은 시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언론 보도에서 “빚탕감으로 누군가가 이익을 보았다면 다른 누군가의 손해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라면서 “최근 국가기관의 채무조정책은 너무 쉽게 남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돈을 빌리는 사람보다 돈을 빌려주는 측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이 대출 신청자가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지 따져보지 않고 높은 대출 이자로 빠른 이득을 보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MB정부 이후 파산·면책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장기연체 대출채권 시장이 급성장했고, 채권 소멸시효는 5년이지만 너무 쉽게 살아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에듀머니 대표이기도 한 제 이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목숨 걸고 빚을 갚아야 도덕적인 것은 아니”라면서 “분명 빌려준 사람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금융 유지를 위해서는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대출해줘야 하지만, 정작 그 상환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대출해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적을 내려고 아무에게나 빌려주면 연체율이 급증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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