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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국정감사, 최악 국감 되어버린 속사정

총선 두고 심란한 의원들…“마음은 이미 콩밭에~”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5/10/02 [18:16]

2015년 국정감사, 최악 국감 되어버린 속사정

총선 두고 심란한 의원들…“마음은 이미 콩밭에~”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5/10/02 [18:16]
추석을 전후로 이어지는 2015년 국정감사의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역대 최다의 증인들을 요청하고 이에 호응(?)하여 롯데 신동빈 회장까지 출석하는 등 치열한 국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상태다. 여느 때와 달리 ‘큰 것 한 방’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의원들의 전투력 등을 지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내년 총선으로 인해 의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당내에서도 총선 지분을 위한 계파갈등이 폭발하면서 ‘최대 규모’의 국감가 ‘최악 실적’의 국감으로 변질되고 있다.<편집자주>

역대 최악의 국정감사가 된 2015년 전반기 일정
‘총선’ 앞둔 정치권 당내갈등에 김 빠져버린 국감
‘대형 이슈’들의 실종…보완 방안은 상시국감 개시
계속되는 MB의 망령…4대강·자원외교 이슈 부각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역대급 공방전’이 예상됐던 19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반환점 돌았다. 지난 9월10일부터 시작된 올해 국감은 추석을 기점으로 두 차례 나눠 실시되는데 전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1차 국감이 지난 9월23일 종료된 것이다.
▲ 안전행정위원회는 국감 첫날부터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왼쪽)의 관권선거 논란으로 파행을 거듭하다 반쪽 국감을 진행했다.     © 주간현대
 
역대 최악의 국감?
 
여야는 이번 19대 마지막 국감을 민생국감으로 만들겠다고 한 목소리로 다짐하며 야심차게 국감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으로 나오는 평가는 냉담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평가다. 호통과 정쟁, 삿대질, 눈길 끌기용 ‘한 방’ 질문 등 볼썽사나운 행태가 여전히 반복됐다는 평가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국감이 17대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는 혹평까지 내놨다. 민생국감이라는 새누리당의 구호도, 4생(生)국감을 만들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다짐도 공허하다는 지적이다.

여야의 부실 국감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실제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이어졌다. 각 상임위는 이번 국감을 시작하면서 파행을 거듭하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행정위원회는 국감 첫날부터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관권선거 논란으로 파행을 거듭하다 반쪽 국감을 진행했고 지난 9월21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불출석 문제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오전에 국감이 중단된 뒤 오후 늦게서야 가까스로 재개됐다.

국감 출석 증인을 불러다 놓고 질문도 하지 않는 부실국감도 재연됐다. 지난 9월21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경우 한국가스공사 등 8개 피감기관을 불렀지만 오전에 답변을 한 기관장은 3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부실 국감은 애초부터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제대로 된 국감이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충청 지역 한 여당 의원은 국감 도중 지역구에 내려간 것으로 전해져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9월17일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한국과 일본이 축구 경기를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물었다 다음 날 사과하는 등 촌극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경찰 총수에게 장난감 권총 격발 시연을 요청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져 올해도 국감 무용론은 또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마치 17대 국회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며 “데이터에 근거한 제대로 된 질문은 없고 공허한 말만 가득했다”고 혹평했다.

이처럼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 없이 전반전을 마치게 됐다. 예년과 달리 뚜렷한 쟁점이 부상하지 않았고 정부의 큰 실기나 비리를 밝혀낸 사례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부실 국감’, ‘수박 겉핥기 국감’ ‘저질 국감’ 등의 비판이 쏟아져 나왔지만, 추석 명절을 쇠고 11월1일부터 재개되는 후반 국감에서도 크게 달라질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마음은 총선에…

무엇보다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반년 남짓 남긴 특수한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야 의원 모두 몸은 국감장에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특히 국감을 주도해야 할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주류·비주류 간 공천지분을 염두에 둔 내홍에 휘말린 점이 ‘김빠진 국감’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국감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총선 전초전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간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당 내분 사태에 전력이 분산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이어왔다.

여권에서는 이 같은 제1야당의 무뎌진 칼날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다만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도 이번 국감이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짚어내 다음 총선에서 ‘민심의 대변자’임을 자부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런 점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차기 총선 공천에서 오픈프라이머리나 최소한 상향식 위주의 공천제도가 채택될 가능성이 커지자 국감과 같은 이른바 ‘중앙정치’보다는 지역구에 단 한 번이라도 얼굴을 내비치는 게 실익이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정치권에 팽배했다는 지적이다. 한 전직 의원은 “솔직히 임기 마지막 해 국감은 국감장에 앉아있어도 ‘유체이탈’처럼 마음은 지역구에 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임기 마지막 국감을 앞두고 ‘국감스타’가 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의원들조차 마음은 벌써 내년 총선이라는 ‘콩밭’에 가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추석 연휴 내내 지역구에서는 잠재적 경쟁자들 간에 ‘전쟁’이 벌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국정감사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민심의 용광로’로 불리는 추석 연휴를 전후해 국감에 매달린다면 지역구의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안방을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는 현장의 여론이 크게 반영되는 상향식 공천이 유력한 상황이어서 정치인들의 명절맞이 민심 잡기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웬만한 지역구에선 경선을 준비하기 위해 책임당원을 모집하느라 한여름 더위를 잊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현역 의원이라고 잠시 지역구 챙기기에 소홀하면 ‘간 큰 사람’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13년 만에 추석 연휴를 끼고 1차, 2차로 국감이 분리 실시되는 탓에 치열한 국감 분위기와는 다르게 집중도는 더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나마 주요 일정이 빽빽했던 전반기 국감과 달리, 추석 이후 2차 국감은 19대 최악의 ‘물 국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국회는 전반기 국감의 사실상 마지막 날인 지난 9월22일 기획재정위원회를 비롯한 10개 상임위에서 감사를 계속했지만, 이른바 ‘한 건’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전반기 마지막 공식일정인 지난 9월23일엔 국방위의 육군본부 및 예하부대 국감과 정무위 현장시찰 일정만 진행했다.
▲ 역대 최대 규모의 피감기관으로 기대를 모았던 2015 국정감사는 최악의 ‘물국감’이라는 비판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사진은 나선화 문화재청장(왼쪽), 신동빈 롯데회장.     © 주간현대

실종된 대형 이슈

국회의원들의 ‘임기 마지막 국감’이라는 이유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국감에는 이상하리만치 메가톤급 이슈가 터지지 않고 있다. 매년 국감에서는 메가톤급 이슈가 터져나오곤 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사정당국의 다음카카오 감청 논란이 이슈였고 그 전년도에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는 전체를 관통하는 이슈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재벌총수 중에 최초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출석하긴 했지만, 이는 롯데의 이미지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출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이번 국감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이 이슈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지난 국감에서 발견됐던 고질적인 문제점들도 계속됐다. 법률소비자연맹 총본부는 지난 6년간 국감 시정처리 요구사항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건 중 1건이 중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질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매번 시정처리만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정을 하지 않는 정부 기관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법과 제도를 만드는 입법 기관에서 해결책은 모색하지 않고 매년 같은 질문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이번 국감에서 쟁점화된 이슈를 보더라도 이 같은 특징은 두드러진다. 정무위에서 쟁점화된 재벌개혁은 매년 반복돼오던 이슈고 기재위의 법인세 인상 논란은 여야의 단골 공방 현안이다. 노동개혁이라는 타이틀만 바꿔달았을 뿐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주된 공방 사유인 임금피크제와 최저임금 문제는 예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사안이다.

새롭게 등장하긴 했으나 안행위 쟁점 사안인 정 장관의 관권선거 논란은 중요 사안이긴 하나 실질적으로 국감 의제라 볼 수 없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정쟁만 부추겼을 뿐 생산적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포털사이트 언론기사 공정성 논란도 메가톤급 이슈를 불러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모니터단 관계자는 “시정처리와 관련해서도 ‘의원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효과적으로 판단된다”며 “매년 같은 질문, 같은 답변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개선책은 하나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국감’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감 2라운드를 맞이하는 의원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20대 총선을 앞둔 마지막 국감인 만큼 ‘국감스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천기준에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올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 의원들은 ‘국감스타’로 뜨기 위한 ‘먹잇감’ 찾기에 분주하다.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정보수집은 물론 ‘한 방’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피감기관이 많다 보니 모든 것을 심도 있게 보기보다는 주요 의제로 내세울 내용을 정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요 공격 타깃을 설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명인사들을 거론, 의원들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방안 등 갖가지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부실국감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만큼 국감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상시국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피감기관은 매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국감 기간 자체를 늘려 부실 국감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국감 시간이 짧을수록 졸속과 벼락치기, 호통 등 부작용이 만연되는 탓이다. 여러 상임위가 같은 기간에 국감을 시행하기보다 자율적으로 1년 중 시기를 결정해서 국감을 실시한다면 부실 국감을 피할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도 이같은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에 따라 정기국회 전에 30일간 국감을 실시하고 10일간은 일반증인과 현장검증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20일 동안 기관증인에 대한 국감을 실시하면 증인으로 인한 파행 사태는 막을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증인채택 방식도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매번 국감 파행의 원인이 증인 채택에서 비롯되는 만큼 뚜렷한 원칙과 기준을 미리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외교통일위원회의 해외 국감 간소화와 국감 중 현장시찰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계속되는 MB망령

한편, 정권이 교체된 지 3년 가까이 흘렀지만 19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직도 여전하다. 이명박 정부가 최대 국정 과제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으로 남아있고 4대강 사업은 막대한 부채 문제로 여야의 주요 공방 대상이다.

여기에 올해 국감에는 하나고등학교 비리가 핵심 쟁점으로 터져나왔다. 하나고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온갖 특혜를 받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21일 국감은 ‘MB정부’ 비리 의혹 특집이라고 무방할 정도였다. 파행과 고성, 삿대질이 난무한 상임위원회에는 어김없이 ‘MB정부’ 비리 의혹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등에 대해 국감을 진행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놓고 문제가 심각히 불거지자 여당 의원들도 비판을 가하는 모양새다.

또한 막대한 부채가 되고 있는 ‘MB정부’의 4대강 사업은 또다시 정쟁을 유발했다. 지난 9월21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국토교통위원회의 국감에서는 여야가 4대강 사업 부채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여당 의원들은 결국 반발했고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으로 국감장은 곧바로 감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도 ‘MB정부’의 그림자로 인해 정책질의는 진행도 하지 못했다. 최근 입시부정과 설립 당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하나고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은평뉴타운의 자사고 정책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하나고가 여러 특혜를 받은 의혹을 지적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사례를 들어가며 등수 바꿔치기와 사립학교법 위반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그러나 김승유 이사장은 “제가 법을 잘 몰라서 그렇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무성의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이에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정권이 바뀐 지 3년이 지났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유산’들이 도마에 올랐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해외자원개발과 4대강 사업 등 주요 국책사업은 매년 새로운 부실과 비리가 드러나면서 국감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조원의 혈세를 쏟아부은 두 사업이 다음 정부의 정책 이슈까지 집어삼켜 향후 정권이 바뀌어도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kimstor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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