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의원이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에 도전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다. 정 회장은 내년 2월 열리는 FIFA 회장 선거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마했다가 떨어지면 바로 다음 4월 총선과 이듬해 있을 대선 출마는 사실상 힘들어질 수 있는 만큼 초강수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정 회장이 FIFA 회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차차기 대선을 기대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정 전 의원이 한일 월드컵을 유치함으로써, 축구로서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만큼 또 한 번 FIFA 회장이라는 축구로 대권을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편집자주> 정몽준, 내년 2월 ‘FIFA 회장 선거’ 출마 채비 각종 국제대회 참석해 접촉 ‘표밭 다지기’ 시동 2011년 부회장 낙선 뒤 인지도 약화 최대 변수 反블라터 정서 업고 ‘유럽수장’ 인식 깨기 과제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내년 2월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세계 축구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탄생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를 위해 내년 총선 출마도 포기했다. 피파 회장 출마 국제축구연맹은 7월20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 본부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새 회장을 뽑는 임시총회를 내년 2월26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행위는 지난 5월29일 5선에 성공한 뒤 피파 집행부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6월3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제프 블라터가 주재했다. 그는 “2016년 새 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선거 일정이 확정되자 그동안 출마를 준비해온 정 전 의원은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FIFA를 개혁한다기보다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17년간 FIFA 부회장을 한 사람으로서 FIFA가 ‘부패집단’으로 욕을 먹는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원직까지 던지고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갑자기 불거진 아들의 실언으로 머리까지 숙이고 낙선했다. 게다가 현재 지지율을 감안할 때, 내후년으로 다가온 대선 가도도 녹록지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에 이어 5위 자리를 지키다가, 지금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에게까지 밀려났다. 이후 잠잠했던 정 전 의원의 행보는 지난 5월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 선언 이후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초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FIFA 회장 선거 출마 여부를 신중히 생각해 판단하겠다”고 말한 그가 최근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내년 4월13일로 예정된 제20대 총선 종로 출마설이 돌았지만 FIFA 회장 도전이 더 매력적이란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대통령 연봉이 2억504만원인 걸 감안하면, 분명 탐나는 자리다. 물론 비영리단체의 지위를 갖고 있지만, 당연직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되기 때문에 국가원수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방문국에서는 고위관리를 보내 영접하고 최고급 호텔과 차량 경호 요원을 제공하며, UN(유럽연합)보다 더 많은 209개 나라가 회원국이다. 정 전 의원으로서는 당선만 되면, 대통령, UN 사무총장, 그 누구도 부러울 게 없는 셈이다. 앞서 아벨란제 전 FIFA 회장은 “나는 어느 나라 대통령과도 만날 수 있고, 똑같이 대접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4년간 방송사 중계 수익으로 6조 6100억원, 현금 보유액만 1조6800억원. 사실상 이 거대기업을 책임지는 FIFA 회장의 연봉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게 없지만, 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에선 최근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독일을 비롯해 뉴질랜드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 캐나다 여자월드컵 결승전, 미국·캐나다 북중미 골드컵 축구대회 현장을 찾아 국제 축구관계자와 교류하며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 전 의원은 8월 초나 중순에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피파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오는 10월 26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긴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남은 기간 세계 축구계에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제 본격적인 예비 선거운동의 시동을 건 셈이다. 하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사실 정 전 의원은 더 이상 국제 축구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은 아니다. 1994년 아시아 대륙을 대표하는 피파 부회장에 당선된 이후 17년 동안 피파에서 활동하며 발을 넓혀왔으나, 2011년 1월 피파 부회장 선거에서 당시 36살이던 알리 빈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패하면서 입지가 크게 약해졌다. 당시 블라터의 입김으로 인해 낙마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이다. 정 회장은 이때 FIFA 내 의결권도 잃게 됐다. 비록 그 이후, 블라터가 정 회장을 명예부회장으로 추대했지만, 의결권이 없는 명예직이었다. 특히 후세인 왕자는 지난 피파 회장 선거에도 출마해 블라터와 맞서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고, 7월20일 열린 집행위에서도 “블라터 회장은 당장 떠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연스레 정 회장의 인지도는 더욱 좁아졌다. 또 정 전 의원은 반 블라터 세력 중 하나다. 그동안 FIFA 부회장을 연임하면서 블라터와의 각을 세웠던 인물이기도 하다. 블라터와 정몽준의 싸움 중 2009년 올림픽에서 축구에 관한 룰 변경으로 맞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피파는 당시 올림픽에서부터 21세 이하 선수로 구성된 국가만이 올림픽에 참여토록 하며 ‘와일드카드’를 쓰지 말라는 내용의 룰 개정을 추진하였다. 이유는 올림픽과 유럽과 남미의 프로리그와 일정이 겹친다는 것이었다. 당시 올림픽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정 전 의원은 블라터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정 회장은 FIFA 회원국에 편지를 돌려 자신의 주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으며, 결국 블라터 전 회장은 뜻을 접어야 했다. 이와 함께 쟁쟁한 후보군이 즐비하다. 우선 유럽축구연맹의 플라티니 회장이 후보군 첫머리에 있다. 하지만 플라티니도 비리에 자유롭지 못하다. 플라티니가 각을 세운 건 블라터이지 블라터의 부정부패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유치 당시에 지금은 유럽축구연맹 마케팅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세르게이 푸르센코가 전 러시아 축구협회장이었으며,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와도 긴밀한 연결점이 보인다. 카타르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의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가 있다. 이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 먼트는 파리 생제르망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데 파리 생제르망에서 법률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미셸 플라티니의 아들 로랑 플라티니다. 쉽게 말해 러시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이 끝난 후 러시아 축구연맹 회장이 플라티니 밑으로 갔을 공산이 크다. 카타르 회사에 아들이 법률 자문으로 있다는 점도 미셸 플라티니가 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러시아와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를 위해 블라터뿐 아니라 플라티니와도 접촉했다는 설도 신빙성이 가는 대목이다. 영국뿐 아니라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플라티니가 FIFA 회장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어 플라티니의 행보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로 거론되는 인물은 알리 빈 알 후세인 FIFA 부회장이다. 요르단 왕자인 그도 반블라터 세력으로 분류된다. 비록 정 전 의원과의 부회장 대결에서 블라터의 지지로 승리했지만, 그 이후에는 꾸준히 반블라터 세력으로 활동했다. 최근 블라터와 회장 경선에서 맞붙은 전력도 있다. 그때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야권 후보들을 설득, 단일 후보로 출마해 블라터와 각을 세웠던 과거가 있다. 비록 선거에서 패했지만 가장 최근에 블라터와 맞붙었단 이유와 야권 단일화를 해냈다는 이유로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FIFA에서 꾸준히 활동을 했던지라 외부의 인물에 대한 FIFA 내부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도 브라질 축구 스타 출신 지쿠, 무사 빌리티 라이베리아축구협회 회장 등이 이미 출마 의사를 밝혔고,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도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도박 반대로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이 이 같은 만만찮은 후보들과의 대결에서 당선됐을 경우는 물론이고 낙선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선전을 펼친다면 국내외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승산 높은 도박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baghi81@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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