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잔혹한 역사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무대 정치’의 막은 올랐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며 촉발한 국회법 개정안 정국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일단락됐고, 새 원내지도부와 ‘김무성 2기 체제’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처도 공개적으로는 봉인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김 대표는 자신이 주도한 당·정·청 회동을 통해 노동 개혁 문제를 하반기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이슈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당·청 관계 회복으로 ‘집안 단속’을 한 그가 미국 방문길에도 나서면서 ‘바깥 단속’에도 나선다. 미국 방문 중 잠재적 대권주자인 반기문 UN 사무총장과의 회동이 예약돼있어, 새누리당 재집권 프로젝트의 가동에 무게가 실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당 외교 차원의 일정이라는 설명이지만 김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 차원의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편집자 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방미…美 정치인과 면담 잠재적 대권 예비후보 반기문과 뉴욕 회동 주목 “정당 외교 활성화 차원”…확대해석 경계 선긋기 대권 유력 주자들 방미로 주가 상승한 전례 회자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중점 국정과제인 ‘노동 개혁’을 수면 위로 올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이슈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7월22일 자신이 주도한 당·정·청 회동을 통해 노동 개혁 문제를 하반기 정국의 중심에 끌어올릴 작정이다. 막오른 ‘무대 정치’ 이날 회동은 ‘김무성 2기 체제’와 새 원내지도부의 출범, 현 정무수석의 취임 등으로 당·청이 전열을 재정비한 이후 처음 열린 회동으로, 당·정·청의 공조 체제를 점검하고 전방위 협력 기조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날 만남은 만찬 회동으로 이어질 계획이어서 ‘소통 복구’란 의미가 있는 만큼 김 대표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격이 됐다. 원내지도부 교체와 후속 당직 인선을 통해 명실상부한 ‘2기 체제’의 닻을 올린 김 대표가 이제부터는 정부의 국정 과제를 확실히 뒷받침하면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안정적 국정 운영에 방점을 두려는 인상을 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김 대표는 최근 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노동 개혁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 과제 대응에서 박 대통령과의 호흡이 더욱 긴밀해지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이처럼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고’ 재도약에 나서는 주요한 분기점인 7월25일 7박9일 일정으로 미국 순방길에도 올랐다. 김 대표는 이번 순방길에 워싱턴DC와 뉴욕·로스앤젤레스(LA) 등 동·서부를 오가며 미국의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과 동포들을 만난다. 당초 실리콘밸리도 방문하려 했지만 ‘유승민 사퇴 파동’을 고려해 일정을 축소했다는 후문. 수행 의원들 역시 당초보다 대폭 축소된 10명 안팎이다. 김 대표와 미 정치인들의 면담 일정 조율은 주로 당 국제위원장인 김종훈 의원이 담당하고 있다. 재외국민위원장인 심윤조 의원은 재외동포간담회 등을 조율한다. 미국 측에서는 한국전 참전용사인 찰스 랭걸 민주당 하원의원 등이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도 김 대표의 방미 일정을 돕기 위해 워싱턴 주미대사관을 통해 요인 면담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무 차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 예비주자였던 박 대통령은 미국 순방길에 올라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을 면담했다. 김 대표 역시 미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다. 또 27일에는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과도 면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이달 말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할 것으로 보여 면담 일정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특히 뉴욕에서 이뤄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남에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7월29일쯤 뉴욕에서 반 총장과 만날 것으로 보이는데 잠재적인 대권주자 간 만남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반 총장도 여권의 잠재적인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면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 관심사다. 당에서는 이번 방미를 정당 외교 차원에서 이뤄지는 관례적 행사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 역시 앞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방미 외교는 정당외교 차원에서 계획됐다. 미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맹방이고 형제국가다. 미국과의 외교는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국제정세에서 (우리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너무 중국에 가까워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미국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그래서 우리 최고의 우국 맹방은 미국이다, 하는 차원에서 계획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일축했다. 하지만 앞서 박근혜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대권주자들은 방미를 통해 자신들의 주가를 끌어올린 바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김 대표가 이번 방미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내딛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역대 대권주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외국 방문을 통해 글로벌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실제로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패한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는 ‘민주화’ 이미지는 강했지만 대통령의 조건인 ‘안보 리더십’ 이미지는 역부족했다. 이 때문에 1989년 6월 소련과 미국을 잇달아 방문하고 돌아온 김 총재는 안보 리더십을 확보한 것으로 의기양양했다. 심지어는 귀국 보고회에서 ‘소련과 연결하는 독자적 끈을 마련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쟁자인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에 비해 열세인 안보 리더십을 채우는 데 공을 들였다.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대선후보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들의 병역 문제로 1997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이 총재에게 안보 리더십은 딜레마였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 이 총재는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과는 결을 달리하는 대북정책을 주장하며 자신만의 ‘안보 리더십’ 이미지를 만드는 데 전력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주가를 올린 김대중 정부에 대해 불편한 심기가 있었던 미국으로서는 이 총재의 안보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로 비쳐지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의 이낙연 대변인(현 전남지사)은 이 전 총재의 미국 방문에 대해 ‘외국에 나가서도 외교보다 국내 정치에 오로지 관심을 보인다’며 힐난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이 전 총재는 미국 방문을 통해 보수적 안보관과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외교안보에 대해서는 당시 노무현 후보를 비롯해 여야의 경쟁 후보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또는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인 국회의원 신분이었을 때 세계 각국의 여성 지도자들과 교감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2007년 대통령 경선이 펼쳐지기 전인 2006년 9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9박10일 일정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가기 전 성공적인 여성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메르켈 총리와 감성적 결합을 시도했다. 한국 경제 성장의 역사인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만남으로써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노린 셈이다. 게다가 독일은 동서독의 통일을 이루어 낸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통일 이슈에 관심이 높은 박 전 대표의 비전 구상이 가능한 나라였다. 이처럼 과거 대통령의 사례를 볼 때 김 대표의 미국 방문은 보수 성향 지지층으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론 경쟁자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가지고 있는 ‘특전사’ 이미지에 경쟁하는 강력한 ‘한미동맹 파트너’ 이미지를 구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안보리더십을 통해 이에 영향을 받는 새누리당 지지층을 추가로 결집시킨다면 가장 큰 수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과 김 대표 측은 이번 방미가 ‘정당 외교’ 활성화 차원일 뿐이라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한편, 김 대표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7월20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7월 3주차 주간집계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부문에서 김 대표가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전주 대비 2.1%p 상승한 22.9%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격차를 오차범위 밖인 4.5%p로 밀어내며 3주 연속 1위 자리를 이어갔다. 김 대표는 서울(21.8%), 부산·경남·울산(32.1%), 대구·경북(30.8%)에서 선두 자리를 지켰다. 아울러 경기·인천(20.7%)과 대전·충청·세종(21.9%)에서 박원순 시장을 밀어내고 선두 자리에 복귀하며 광주·전라(9.2%)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로 올라섰고, 50대(32.8%)와 60대 이상(45.7%)에서는 2위와의 격차를 벌리며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주일 전과 동일한 18.4%를 기록, 지난 3주간의 하락세를 마감하며 2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경기·인천(17.5%)과 대전·충청·세종(13.2%)에서 김무성 대표에게 밀려 2위로 내려앉아 광주·전라(26.1%)에서만 1위 자리를 지켰다. 대선 지지율 1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일부 인사의 탈당과 각종 신당·분당설로 대변되는 첨예화된 당내 갈등으로 2.5%p 하락한 14.9%를 기록, 2·8전당대회 당대표 예비경선이 치러졌던 1월 1주차(15.0%) 이후 처음으로 15% 아래로 떨어지며 3위에 머물렀다. 이번 주간집계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 병행 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baghi81@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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