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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돌격대로 변신한 ‘신박’ 김태호

콩가루 집안 만든 김태호 ‘튀어야 산다?’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5/07/13 [12:55]

친박 돌격대로 변신한 ‘신박’ 김태호

콩가루 집안 만든 김태호 ‘튀어야 산다?’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5/07/13 [12:55]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잘나가는 ‘친이계’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그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물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 및 청문회 거짓말 논란으로 낙마해 정치적 오점을 남겼다. 만약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면 그는 ‘40대 총리’라는 폼나는 스펙을 달고 친이계의 차세대 주자로 발돋움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던 김 최고위원이지만 요즘 그는 ‘친이’의 옷을 벗은 듯하다. 그의 정치 행보에는 ‘친박’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노골적인 ‘유승민 찍어내기’에 그는 어느 친박보다 더 친박처럼 앞장섰다. 일부에서는 그런 김 최고위원을 두고 ‘신박’이라고 부른다. <편집자 주>



‘막말 논란’ 구설수 오르며 친이에서 ‘신박’으로
김무성과의 ‘10년 정치 우정’ 유승민 사태로 끝


최고위원 사퇴 카드까지 던졌던 ‘김무성 흔들기’
납득할 수 없는 돌발행동에 ‘노이즈 마케팅’ 비난



▲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 서청원 최고위원, 김태호 최고위원, 유승민 전 원내대표.     © 주간현대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친박 돌격대’로 변신해 화제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노골적인 ‘유승민 찍어내기’에 그는 어느 친박보다 더 친박처럼 앞장섰다. 일부에서는 그런 김 최고위원을 두고 ‘신박’이라고 부른다.

친박 돌격대 변신

7월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은 ‘신박’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또다시 공개적으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회가 고성과 막말, 심지어 욕설까지 오가는 난장판이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실제로 김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에게 면전에서 “콩가루 집안이 잘되는 거 못 봤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유 원내대표 스스로 ‘콩가루가 아니라 찹쌀가루가 되겠다’고 말씀했듯, 이제 말씀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개인의 자존심도 명예도 중요하고 권력의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권의 안정”이라며 “당의 단합을 정말 가슴 깊이 생각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발끈했다. 원 의장은 “유승민 원대대표 보고 그만두라고 계속 얘기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해도 너무 한다”며 “(반복되는 사퇴 촉구가) 당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고 유 원내대표가 합리적 결정을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친박 돌격대’로 변신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노골적인 ‘유승민 찍어내기’에 그는 어느 친박보다 더 친박처럼 앞장섰다. 일부에서는 그런 김 최고위원을 두고 ‘신박’이라고 부른다.     © 주간현대


원 정책위의장은 “긴급 최고위를 한 지 불과 3일밖에 안 됐다. 당 걱정, 대통령 걱정, 나라 걱정했던 모두의 이야기가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돼서 본인이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미덕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발끈하면서 “한 말씀 더 드리겠다”며 반격에 나서면서 고성이 시작됐다.

김 대표가 “그만하라”며 발언을 제지하고 나서자, 김 최고위원은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되면 안 된다”며 계속 말을 이어가려 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회의를 끝내겠다, 회의 끝내”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김 최고위원도 지지 않고 “대표님 이렇게 할 수 있느냐,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이유를 모른다고 하니까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며 “사퇴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당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데”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 대표는 “맘대로 하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도 함께 퇴장하면서 김 최고위원에게 “애새끼들도 아니고,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사퇴할 이유가 왜 없어? 무슨 이런 회의가 다 있어”라고 고함을 질렀다. 회의장을 나가던 김 의원은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X새끼”라고 욕설을 하는 등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에도 “한번 (유승민 사퇴) 발언을 했으면 됐지 또다시 중복, 삼복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의에 벗어난 일”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자제령에도 유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최고위원은 6월29일 열린 평택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홀로 유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 공세를 펼쳤다. 당시 최고위원회의는 새누리당이 제2연평해전 희생자를 추모하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택 지역의 민생 점검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자리였다.

당초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던 친박계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도 이 같은 회의 성격을 감안해 아예 불참하는 쪽을 택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개 충돌 없이 회의가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김 최고위원이 불쑥 나서 “당·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유 원내대표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또 김 대표를 향해서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원내대표 문제를 해결하고 가는 게 통합의 진정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결단을 촉구했다.

당시에도 김 대표는 못마땅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오늘 회의 주제는 메르스 극복과 제2연평해전 관련 내용”이라면서 “회의 전에 부탁을 했는데 협조가 안 됐다”고 지적했다. 마치 청와대의 돌격대처럼 행동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7월6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에 불참하는 방침을 세웠고 자연스럽게 유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친박과 비박 양측 모두 숨을 죽이고 있는데 김 최고위원의 돌발행동이 나왔고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의 돌발행동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선거 승리를 격려하며 김 대표를 업었던 김 최고위원은 일주일 후인 5월6일 여야가 합의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가 입으로는 국가, 나라, 미래를 부르짖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라를 망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4·29 재보선 승리의 의미는 공무원연금개혁을 제대로 하라는 것인데, 이번 여야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은 이런 국민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중대 사건”이라고 맹비난했다. 여야 합의가 밀실에서 이뤄졌다며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50% 명기 문제에 난색을 표했던 청와대의 입장과 맥을 같이하며 김 대표를 정면 비난한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6년 뒤에는 이번 개혁 덕분으로 하루 200억원 들어갈 게 100억원씩 들어가는 것으로서 제대로 알고 얘기해 달라”고 언성을 높이며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 사퇴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김 대표를 압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에도 최고위원직 사퇴를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국회가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나 자신부터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을 여야가 쿨하게 통과시켜야 한다”며 “대통령께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금이 경제활성화의 골든타임이라고 애절하게 말씀해 왔다. 오히려 ‘개헌의 골든타임’이라며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려 대통령께서 가슴이 많이 아프실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김 최고위원의 사퇴 입장 발표는 돌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사퇴 선언 배경을 두고, 김 최고위원이 그동안 꾸준히 개헌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말과 김 대표에게 정국 주도권이 쏠리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사퇴 카드를 썼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박계 지도부로 꾸려진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김 최고위원의 사퇴는 비박과 친박의 균형이 깨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특히 김 대표를 압박하는 결과로 작용했다. 하지만 결국 김 최고위원은 “여야 대표연설을 들어보니 경제 살리기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사퇴 여부를 고심하다 번복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했다.

김 최고위원과 김 대표의 인연은 원래 각별했다. 이들의 각별한 인연은 김 최고위원이 경남지사를 하던,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직계’이고, 고 김동영 전 정무장관 밑에서 일했던 김 최고위원은 ‘방계’였다. 이 때문에 이들은 남들이 시기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사석에서는 형님과 동생으로 통한다. 두 사람은 수시로 만나 골프도 하고 술도 자주 마셨다고 한다. ‘러브 샷’은 두 사람의 ‘단골메뉴’였고, 부산·울산·경남(PK)에도 두 사람을 동시에 잘 아는 지인들이 무척 많다는 얘기는 이미 정치권에 파다하다.

두 사람의 우정은 지난해 7월 당 지도부 선출 때 절정에 달했다. 일찌감치 당 대표 고지를 선점한 김 대표는 2년간 당을 함께 이끌고 나갈 파트너로 김 최고위원을 지목했다. 당시 김 대표가 누구와 연대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상황이어서 김 최고위원을 택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화제였다. PK지역의 ‘김무성 사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김 최고위원은 예상을 깨고 서청원 최고위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의 지원이 이변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김 최고위원이 지난해 10월 뜬금없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을 때 가장 강하게 말렸던 사람도 김 대표다. 그를 역동적인 당 이미지의 상징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김 최고위원은 사사건건 김 대표의 당 운영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번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논란에서도 두 사람은 대척점에 서 있다. 7월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충돌한 김무성과 김태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2010년 국무총리 후보자에 오르면서 40대 젊은 총리 기수로 부각된 인물이다. 하지만 언론 검증에서 백화점 의혹을 받았고 박연차 게이트 의혹과 관련해 “(박 회장을) 2007년 처음 알았다”고 부인했지만 박 회장과 골프를 친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거짓말로 인한 여론 악화돼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김 최고위원은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지난해 최고위원에 올랐다.

김 최고위원의 돌발행동에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최고위원직을 수행하면서 당 지도부 운영에 제동을 걸어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워낙 납득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언론에 주목을 받기 위한 행동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또한 비박계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지난 행보를 지켜봤을 때 청와대의 정국운영 방향을 받들어 당 지도부를 향해 화살을 날리는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 청와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최고위원의 친박 행보를 두고 여당 내에서는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없지 않지만,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향한 그의 구애는 대권을 겨냥한 정치적 차별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MB정부 시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 최고위원은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된다. 여기에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지만 마땅한 차기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김 최고위원이 ‘친박 열성당원’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친박의 공백을 파고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 잠재적 경쟁자인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를 흔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신박’ 행보는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내놨던 수직적 당·청 관계 청산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노이즈 마케팅

그는 당시 “집권 여당이 청와대의 눈치만 봐서는 안 된다”라면서 “청와대가 우리 당의 출장소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당의 역할을 반듯하게 재정립해 ‘만사당통’을 이루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당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만사당통’의 약속은 김 최고위원이 친이에서 신박으로 계파 세탁에 나선 사이,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만사당통이 사라진 자리엔 ‘청와대 2중대’라는 오명이 선명할 뿐이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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