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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계파전쟁’ 2라운드 대혈투

공천권 놓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결사항전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5/07/13 [14:31]

집권여당 ‘계파전쟁’ 2라운드 대혈투

공천권 놓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결사항전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5/07/13 [14:31]

새누리당이 마침내 청와대가 지시한 ‘유승민 찍어내기’ 임무를 완수함에 따라 일단 당·청 갈등의 불씨는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 내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의 당내 분란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친박계와 비박계 간 대혈투의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측은 당장 ‘포스트 유승민’ 선출을 놓고 2라운드 대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에선 계파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란 점을 고려해 ‘합의 추대론’이 나오지만, 경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계파 대리전이 펼쳐질 경우 당내 분란이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어 끝까지 추대를 추진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내 갈등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편집자주>



‘포스트 유승민’ 선출 놓고 제2라운드 맞대결
주호영·이주영·심재철 자천타천으로 후보거론


친박 “화합위해 합의 추대”…공천권 노린 꼼수
비박 “靑 낙점 막으려 경선” 물밑 신경전 돌입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끝내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지난 2주간의 ‘유승민 정국’은 일단락됐다. 일단 유 원내대표가 7월8일 원내대표직 사퇴를 공식화하면서 당분간 당·청 갈등의 불씨는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2라운드 게임

그러나 여권 내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그간 당내 분란은 짧게는 내년 총선부터 길게는 2017년 대선까지 이어질 친박계와 비박계 간 대혈투의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곧 친박이든 비박이든 유승민 사퇴를 분기점으로 양측 모두 내년 공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자세로 결사항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암시한다.

이 때문에 여권 내 권력 지형이 급격한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이미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친박계가 비박계와의 세력 다툼에서 1라운드 승리를 거뒀다. 비박계 일색이던 당 지도부에서 친박과 비박 간 세력 균형을 맞추는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당권 장악의 계기를 마련했다. 국회의장 선거와 전당대회, 원내대표 선거에서 줄줄이 패배했던 친박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친박 원내대표를 앞세워 당 운영의 주도권 되찾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당권 장악 후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여권 내 권력지형 재편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친박계의 입장에선 비박계 지도부 체제의 한 축인 유 전 원내대표를 낙마시켰지만 내세울 만한 차기 원내대표 주자가 없다는 데 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가 원내지도부를 다시 장악하는 데 실패할 경우 당권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 내 비박계가 친박계보다 수적으로 많고, 유 전 원내대표 사퇴를 계기로 비박계가 결집하면서 차기 원내사령탑 선출에서도 비박계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친박이든 비박이든 유승민 사퇴를 분기점으로 양측 모두 내년 공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자세로 결사항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왼쪽부터 ‘포스트 유승민’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 원유철 정책위의장, 주호영 의원.     © 주간현대

이에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포스트 유승민’ 선출 방법은 경선이 아닌 추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김무성 대표도 이번 사태의 수습 방안 가운데 하나로 원내대표 추대 선출을 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은 9일 새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 “합의추대가 어떻겠냐는 그런 의견에 공감했다”며 합의 추대를 밀어붙였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뒤 취재진들과 “합의된 것은 없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을 위해 차기 원내대표는 수도권에서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런 거는 나는 일절 얘기 안했으니 모르겠다”며 “분명한 것은 합의추대하는 게 어떻겠냐는 게 의견이 많이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이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간 세력 다툼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당 내 갈등은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친박계가 거듭된 당권 장악 시도에도 불구하고 주도권 확보에 실패할 경우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확보를 위해 ‘김무성 체제’도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 간 유승민 사퇴 압박 ‘협공’이 한창일 때 ‘유승민 엄호’에 나섰던 비박계로선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내부 결속력 강화라는 정치적 명분을 확보했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박 대 친박간보다 확연해진 갈등을 재확인함으로써 ‘공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선을 치르자’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치적 셈법 또한 복잡해졌다. 비박계로선 일단 ‘유승민 지키기’ 과정에서 형성됐던 단일대오로 내년 4월 총선 공천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친박과의 정면대결을 앞두고 내부 응집력 강화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 ‘성과물’로 꼽힌다.

경제정책이나 민생현안 등에서 친박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느슨했던 비박계로선 이번 파동이 응집력을 키우는 긍정적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다. 현재로선 정책과 정치현안에 대한 향후 대응을 투트랙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활성화와 메르스 종식 등이 시급한 민생현안에 적극 협조하면서도 차기 원내대표 선거 등 정치 일정에 대해선 본능적 방어에 충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적으로 우세인 비박계의 조직력을 풀가동해 비박계 성향의 원내대표를 선출, 유승민 사퇴를 주도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굳건한 공조를 적절하게 ‘견제’할 새로운 방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주류인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비박계 진용을 새롭게 재편함으로써 더욱 강도를 더할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공조에 대한 ‘내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후문.

이같이 양측의 대립 양상이 격화되면 추대는 물 건너가고 경선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비박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가 찍혀나가고 새 원내대표도 합의추대로 뽑히면 이제 새누리당에서 선거라는 것은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여권에서는 후임 원내대표를 추대할 경우, 지난 2월 유 원내대표에게 패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우선 거론된다.

그는 원내대표 후보군 중 최다선(4선)인데다 세 번이나 출마했다가 낙선해 ‘동정론’도 퍼져 있다. 합리적인 성격으로 정파를 떠나 두루 친한 사람들이 많다. 친박 색채가 강해 일부 비박계 인사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 전 장관도 추대될 경우 굳이 마다하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박 진영의 반발을 희석시키기 위해 유 원내대표의 경선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정 계파로 분류되지 않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유승민 사태’의 한 축이었다는 점은 부담이다.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국회 정무위원장과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김정훈(3선) 의원이 거론되지만 김무성 대표와 같은 부산 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또 대구·경북(TK) 지도부가 없는 상황이 도래한 만큼 김태환, 주호영 의원도 후임 원내대표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주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와 같은 대구 출신이어서 TK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도 적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주 의원은 원래 이명박 정부서 특임장관을 지낸 친이계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정무특보로 기용할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흐트러진 당·청 관계 회복의 적임자라는 얘기다. 다만 “원내대표가 TK 전유물이냐”는 지적이 부담이다. 지난해 이완구 의원을 빼고 이한구·최경환·유승민 등 2012년 이후 계속 TK 출신들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았다.

1년도 채 남지 않는 내년 20대 총선의 승리를 위해 당의 취약 지역인 수도권·충청권 중진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심재철(4선·경기 안양 동안을) 의원과 정우택(3선·충북 청주 상당) 의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중 친이계 4선 심재철 의원은 출사표를 던졌다. 7월9일 심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끝내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지난 2주간의 ‘유승민 정국’은 일단락됐다. <김상문 기자>     © 주간현대

어찌됐든 새로운 원내 지도부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인해 해결해야할 미션에 대한 부담도 한층 커지게 됐다. 당내 계파갈등을 추스르고 당·청 관계 회복, 국회법 개정안 재의 무산으로 반발하고 있는 야당 또한 끌어안아야 한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새로운 원내 지도부는 누가 뭐래도 부담 백배인 자리다. 선임자가 어찌됐든 쫓겨나듯 밀려난 자리를 꿰차는 만큼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면서도 “무엇보다 당 내홍을 하루빨리 추스르려면 오래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새누리당 당헌·당규에는 원내대표의 사퇴 후 일주일 내에 후임을 선출하도록 돼 있어 늦어도 오는 7월15일까지 ‘포스트 유승민’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 의장 선출 규정 당규 3조 3항에 따르면 원내대표가 임기 중 사퇴 또는 사고로 인하여 궐위된 때 동반 선출된 정책위의장은 당연 사퇴해야 한다.

포스트 유승민?

또 원내대표가 궐위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의원총회에서 실시한다고 돼 있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선출 시기를 달리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도 있지만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후임 원내대표 선출이 미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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