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파동’이 결국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찍어내기’에 새누리당이 무릎을 꿇었듯이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감지된다. 김무성 대표가 스스로 ‘옳고 그름에 따라 사퇴하는 게 아니다’고 인정했듯이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는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대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유 전 원내대표가 임기를 수행했다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이어가며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이미지를 ‘꼴통보수’가 아닌 개혁보수로 탈색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유 전 원내대표를 ‘찍어내기’ 하는 식으로 물러나게 하면서, 이러한 새누리당의 ‘박근혜 색깔빼기’ 전략은 위기에 봉착하게 됐고, 대통령에 눈 밖에 난 김무성 대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 전 원내대표가 여권 차기 대선후보 1위로 급부상해 사실상 유 전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나섰던 박 대통령과 여당 친박계가 오히려 여론의 역풍에 직면한 형국이란 분석도 나온다. <편집자 주> 靑 ‘유승민 내치기’ 성공, 눈 밖에 난 김무성은? 새누리 ‘박근혜 색깔빼기’ 전략 최대 위기 봉착 유승민, ‘무대’ 제치고 與차기 대선후보 1위 부상 친박계 지고 ‘황교안·우병우’ 사정라인 급부상? [주간
내치기 성공 유 전 원내대표는 7월8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라며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면서 아쉬움이 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국회연설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다”며 “그러나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4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유 전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한 바 있다. 다만 당초 의총에서 채택을 시도했던 ‘유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을 추인하지는 않고 ‘사퇴 불가피론’이 다수였다는 뜻을 유 전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유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달했다. 사퇴 권고 결의안은 아니지만 집권 여당이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권고 결의안은 표결 없이 다수의 암묵적 동의라는 방식을 통해 채택된 것이다. 이같이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는 겉으로 보기엔 의원총회의 사퇴 권고를 수용해 명예롭게 원내대표직을 떠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작심한 듯 내각 ‘군기잡기’에 나서 유 전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국민을 대신해 각 부처를 잘 이끌어야 한다. 여기에는 개인적 행로가 있을 수 없다. 오직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로 나라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박 대통령이 전날(7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도 사실상 ‘유승민 내치기 작전’의 전초전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개인적인 행로’를 엄중 경고한 것은 장관들이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며 국정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이는 일부 장관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보고가 청와대로 전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죽비를 들이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새누리당 친박계를 중심으로 유 전 원내대표 거취 문제와 맞물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여의도 조기 복귀설이 흘러나온 게 박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친박 의원들은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최 부총리를 중심으로 본격 주도권 싸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뒤 연말쯤 돌아와 20대 총선 준비를 주도할 것이란 관측에서 복귀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인데 ‘유승민 사태’로 확인된 친박계의 위축과 무관치 않다. 강경파 사이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남에 따라 2차로 친박계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하면서 김무성 대표 체제를 와해시키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때 최 부총리를 비상대책위원장이나 당 대표로 세우자는 구상이다. 친박계가 이 정도로 현 지도부를 비토하는 배경엔 내년 총선 공천권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가 공언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되면 청와대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 속에 최 부총리를 중심으로 공천 전쟁에 대비하겠다는 것. 이에 더해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다른 정치인 출신 장관들도 조기에 복귀하거나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박 대통령은 친박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 같은 ‘장관 복귀’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은 것은 물론 총선 계산을 하는 장관들 개인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로 집권 반환점을 앞두고 장관들에게 ‘총선 계산’에서 벗어나 경제 활성화, 4대 부문 구조조정, 노동시장 개혁 등 핵심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인 만큼 여의도 정치판에 귀를 세우지 말고 국정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청와대가 새누리당 운영과 공천권 행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정치인 장관들을 조기에 복귀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분명히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우회적으로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했다는 분석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제와 민생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뜻이 담긴 것 같으나 ‘개인적 행로’, 즉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유 전 원내대표 사회를 종용한 6월25일 국무회의 발언을 연상케 한다. 당시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선거에서 심판해달라”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권의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집권 여당의 유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10여 개월 앞둔 시점에 나온 박 대통령의 발언이 단지 유 원내대표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비박의 좌장 격인 김무성 대표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복수 언론들은 이번 새누리당의 내홍 사태를 ‘그들만의 공천권 전쟁’으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유승민이 아닌 김무성 교체이며, (새누리당을) 완전한 ‘박근혜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박 대통령에게 결코 녹록하지 않다. 물론 유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결정한 사퇴 권고를 전격 수용하면서 일단 ‘유승민 찍어내기’는 성공으로 일단락됐지만 여론은 썩 좋지 않다. 이 때문에 황교안 국무총리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이어지는 박근혜 정부의 사정 라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의 눈 밖에 나면서 퇴출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례가 오버랩되고 있다.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 대표에 대해 느끼고 있는 불신은 상당하다. 올 1월 터진 이른바 ‘김무성 수첩 파동’이 대표적인 예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 권력을 들춰낸 정윤회 문건 배후로 ‘K-Y라인(김무성·유승민)’을 지목한 것이다. 당시 유 의원은 원내대표도 아닌 상태였다. 지난 2월 청와대가 지지한 이주영 의원을 큰 차이로 누르고 원내대표에 당선된 유 전 원내대표는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를 펼치기 시작했고, 4월 원내교섭단체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며 박근혜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정부로서는 유 전 원내대표를 ‘입안의 가시’로 여길 수밖에 없었고, 결국 국회법 개정안을 계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이를 통해 확인된 것은 친박이 ‘소수파’로 전락했다는 점과 청와대의 말발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의원총회를 열어 유 전 원내대표의 불신임안을 통과시켰지만, 새 판을 짜기 위해 지도부 총사퇴를 통한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한다 하더라도 친박이 당권을 잡는다는 보장은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현 정부의 사정 라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정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움직여야 하는데, 부실한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정치권 수사를 재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특검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마당에 다른 정치권 수사에 나선다면 어느 누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는가”라면서 “총선이 다가오는 시점에, 더구나 여당 수뇌부를 대상으로 한 수사는 있을 수 없다. 그보다는 지금 (특수부에서) MB(이명박) 정부에 대한 (사건 관련) 사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정 라인이 검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적용 여부를 놓고 2013년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논란의 배후에 국정원은 물론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돼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3월 우 수석에 대해 “김진태 검찰총장은 허수아비꼴”이라며 “박근혜 정권 말기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찰총장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만큼 우 수석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우 수석은 이완구 전 총리가 천명했던 ‘부패와의 전쟁’ 실제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MB 자원외교와 포스코 수사 등도 우 수석의 작품이라는 얘기는 이미 정가에 파다하다. 실제 중수부를 대신하는 서울지검 특수부 핵심 라인인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전현준 1차장검사, 임관혁 특수1부장, 조상준 특수2부장 등은 우 수석의 인맥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책임자로 문무일 팀장(대전지검장)이 낙점된 것도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과 우 수석의 합의 결과라는 것이다. 한 가지 문제는 검찰총장이다. 김진태 현 총장의 임기는 불과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왔다고 봐도 무관하다. 더구나 신임 법무부장관에 김 총장보다 연수원 기수로 2년이나 후배인 김현웅 서울고검장이 내정되면서, 김 총장의 조기 자진사퇴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끝난 후인 오는 7월 말쯤 김 총장이 용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정기관의 또 다른 축인 경찰청장의 조기 교체설도 나오고 있다.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김수남 대검 차장이 거론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김 차장은 강신명 현 경찰청장과 대구 청구고 동문이다. 양대 사정기관의 수장을 대구의 같은 학교 출신으로 앉힐 수 없다는 논리인데, 이 때문에 강 청장이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법무부장관 출신인 황교안 총리도 있고, 총리 산하에 부정부패척결단이 있지만, 총리 신분으로 이런 일을 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우 수석이 적임자이지 않겠는가”라면서 “새로운 검찰총장이 부임한 후 ‘정치권 사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라는 대명제를 강조하며 ‘내각 다잡기’에 나서면서 총선 출마를 향한 국무위원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유 전 원내대표가 여권 차기대선후보 1위로 급부상해 화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유 전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나섰던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오히려 여론의 역풍에 직면한 형국이란 분석도 나온다. 7월1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권 차기 선호도 여론조사(휴대전화(50%)-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자동응답방식. 응답률 6.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1위였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하며 2위를 차지했으나 사퇴 후 오히려 지지세가 급증하면서 여권 유력 차기주자로 자리매김하는 형국이다. 여론의 역풍 ‘리얼미터’는 7월8~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권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조사결과 유 의원은 지난 6월23~24일 조사 당시(5.4%) 보다 13.8%P 급등한 19.2%를 기록해 조사 이래 처음 1위에 올랐다. 특히 주목되는 건 유 전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핵심 정치기반인 대구·경북(26.3%)에서 1위로 급부상한 점이다. 이는 TK지역에서 유 의원이 차기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한 걸 방증한 것이다. baghi81@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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