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지상파 출구조사 무단사용 혐의와 관련, 최근 경찰조사를 받은 가운데 뜬금없이 등장한 ‘피의자 손석희’가 정가 이슈로 떠올랐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해당 방송사의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 무단 사용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손 사장에게 출석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해당 방송사 측은 실무자들이 지난 6개월간 계속 조사를 성실하게 받아왔는데 이제 와서 손 사장을 굳이 나오라고 하는 건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무엇보다 그간 정부 비판적 보도를 이어온 손 사장에게 경찰 출석조사를 요구한 셈이어서 각종 의혹과 함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편집자주> 출구조사 무단사용 혐의로 경찰 출두 ‘주목’ 지상파 3사 ‘손석희 망신주기’ 프레임 가동 막강해진 종편 JTBC…지난해 신뢰도서 1위 ‘故성완종 녹취’ 무단 공개 파문까지 재조명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6월16일 경찰출석조사를 받아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출구조사 무단사용 혐의와 관련, 여러 차례에 걸친 소환 통보에 불가 입장을 밝혔던 손 사장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기로 일정이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전격 출두 하지만 손 사장의 경찰출석을 두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지상파 3사(KBS·MBC·SBS)는 6·4 지방선거 당시 종합편성채널 JTBC가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보도책임자인 손 사장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손석희 경찰 소환’ 뉴스를 쏟아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해당 방송사 측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손 사장의 경찰출석 계획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거듭 흘려왔다. 이와 함께 “손 사장이 경찰 소환에 응할지 여부는 내부에서 회의를 거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경찰 측이 주장하는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터라 이번 손 사장의 경찰출석을 두고 일각에선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여기에 지상파 3사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는 지난해 7월 “지상파 3사가 24억원 이상을 들여 수행한 출구조사 결과를 지상파가 방송에서 공개하기 전에 JTBC가 사전 입수해 도용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JTBC는 다른 언론사도 출구조사를 관행적으로 인용 보도해 왔는데 유독 JTBC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입장이다. JTBC는 6·4 지방선거 투표 종료 직후 4개 광역단체장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를 발표한 뒤 6시0분47초부터 지상파 출구조사의 광역단체장 1·2위 명단과 득표율을 공개했다. 6시0분47초 당시 JTBC는 서울시장 1·2위와 예상 득표율을 내보냈다. 같은 시간 KBS는 1위 후보자 이름과 경합지역 1·2위 이름을, SBS는 접전지역에 대한 1·2위 후보자 이름과 예상 득표율을 표출했다. MBC는 6시0분45초부터 서울시장 1·2위와 예상득표율을 내보냈다. MBC 보도이후 2초 뒤에 JTBC 보도가 나갔다. 방송협회는 “이 시점에 방송3사는 각 지역 1위와 일부 지역 2위만 발표하고 2위의 득표율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인용보도가 아닌 무단도용을 주장했다. JTBC는 “우리는 MBC에서 결과가 나간 것을 보고 내보냈다. 불법적인 정보 취득과정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서울시경찰청의 의도대로 프레임은 형성됐고, 피의자로 손 사장을 몰고 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손 사장은 6·4 지방선거 개표방송과 관련해 지상파3사와 걸린 민·형사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논란의 당사자는 JTBC다. 만일 지방선거 개표 상황의 최고책임자 해명이 꼭 필요했다면, 서면으로 받을 수도 있었고 정 소환이 필요하다면 오병상 JTBC 보도총괄 소환으로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에게 여러 차례 출석 요청을 하고, 출석하기로 했다고까지 언론보도를 흘린 셈이다.
이처럼 뜬금없이 등장한 ‘피의자 손석희’ 프레임에 가려진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인 손석희에 대한 망신주기를 꼽는다. 손 사장이 소환에 응할 경우 경찰청 포토라인에 손 사장을 세울 수 있고, 그럼 피의자 이미지를 입혀 신뢰의 이미지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면 소환에 응하지 않은 배경을 두고 갖가지 추측보도와 함께 ‘공권력 무시한 손석희’ 따위의 프레임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 JTBC 보도국 내에서는 이미 ‘지상파 시경캡이 손석희 사장에게 제대로 망신을 한 번 줘야 한다며 경찰청장을 불러 소환하라고 압박을 줬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결국 “손 사장을 포토라인에 세워서 망신을 주자는 게 이 사태의 본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상파가 손 사장에게 망신을 주려고 한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개표방송 논란은 망신을 주기 위한 표면적 사안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 사장이 JTBC보도를 총괄하면서부터 지상파, 특히 KBS와 MBC는 방송보도의 주도권을 JTBC에 빼앗기기 시작했다. KBS는 늘 압도적이었던 신뢰도1위를 JTBC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세월호참사 당시 진도체육관에 있던 실종자가족들은 국가재난주관방송 KBS가 아닌 JTBC를 시청했다. MBC는 지난 세월호 참사당시 JTBC와 지속적으로 비교 당하며 불공정방송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6월12일, KBS <뉴스9>는 ‘JTBC 손석희 사장, 출구조사 도용 의혹 소환키로’, MBC <뉴스데스크>는 ‘손석희 사장 소환 출구조사 무단 사용 혐의’란 제목의 단신을 보도했다. 같은 날 SBS나 TV조선의 메인뉴스에서는 관련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양대 공영방송사가 단신으로라도 ‘피의자 손석희’를 내보낸 배경에 뒷말도 무성하다. 이는 손 사장 이후 JTBC 보도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KBS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유가족·실종자 가족의 항의방문 이후 KBS 양대 노조 파업과 길환영 KBS 사장 퇴진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겪었다. 당시 세월호 가족들의 목소리, 파업에 나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목소리를 정확하고 비중 있게 전달했던 방송사는 JTBC가 유일했다.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는 사람”이라며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을 폭로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주장도 JTBC를 통해 전국에 전파를 탔다. 친정부적인 KBS 간부들 입장에선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MBC는 어떨까. 지난 12일자 JTBC <뉴스룸>의 한 대목이다. “서울고등법원은 MBC가 2012년 노조의 파업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 16명을 상대로 제기한 19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노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같은 날 지상파 3사에선 볼 수 없었던 보도다. 손 사장 취임 후 JTBC는 지금껏 MBC노조의 승소 소식을 꾸준히 전해오고 있다. 손 사장은 이날 “MBC는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 해고무효 등에 대해 재판을 벌였지만 모두 패소한 바 있다”고 말했다. 현 MBC 경영진 입장에서 손 사장은 달가울 리 없다. 결국 언론인 손 사장의 존재감은 지상파 3사와 타사 종편 3사 모두에게 부담스럽다. 여기에 JTBC가 점점 덩치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JTBC는 개국한 지 올해로 4년차지만 지상파를 위협하는 방송사가 됐다. 드라마는 물론 보도, 예능은 ‘예능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워가 막강해졌다. 물론 종합편성채널(MBN, 채널A, TV조선) 중에서 일일 평균 시청률은 가장 낮다. 하지만 JTBC는 시청률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화제성 면에서는 타 종편에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못지않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손 사장이 보도국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젊은 층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손 사장이 메인 뉴스를 맡으면서 JTBC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층적이고 진정서 있는 뉴스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감각적으로 뉴스들을 풀어내면서 ‘믿고 보는 뉴스’, ‘재미있는 뉴스’로 자리 잡았다. 이에 지난해 시사인이 진행한 ‘가장 신뢰하는 뉴스 프로그램’ 조사에서 JTBC 뉴스가 KBS 뉴스와 함께 공동 1위를 했고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부문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실시간 뉴스중계도 꾸준히 시청자 증가세다. 결국 서울시경찰청의 손석희 소환 논란은 손 사장을 흔들 수 있을 만큼 흔들어서 보도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타 언론사의 욕망이 담겨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논란의 발단이 된 6·4 지방선거 개표방송의 경우 민·형사 대응은 자유지만 JTBC 사장의 경찰 소환까지 메인 뉴스에서 단신으로 언급한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형선거가 없는 올해 손 사장을 흔들어놔야 2016년 총선 국면에서 JTBC 보도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을 하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손 사장의 이번 논란으로 ‘성완종 녹취’ 무단 공개 파문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4월15일, 메인 뉴스인 ‘뉴스룸’에서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 녹음 파일을 그대로 방송했다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에 경향 측은 “이미 당사자(김씨)가 자백한 녹음파일 절취 및 입수, 보도 경위에 대해서는 JTBC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고 사과도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손 사장은 뉴스 진행 클로징 멘트에서 “보도책임자로서 성완종씨 녹음 파일이 논란 대상이 된 데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라며 “이 파일을 가능하면 편집 없이 진술 흐름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파일이 검찰에 넘어간 이상 공적 대상물이라고 판단했다”며 “경향 측에서 글자로 전문이 공개된다 해도 육성이 전하는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육성의 현장성에 의해 시청자가 사실을 넘어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해명했지만 누리꾼들의 질타는 이어졌다. 손 사장은 이 녹취록 공개가 보도윤리에 어긋났다는 지적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경쟁하듯 보도했느냐 라는 점에 있어서는 그것이 때로는 언론의 속성이라는 것만으로 양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감당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저희들은 고심 끝에, 궁극적으로는 이 보도가 고인과 그 가족들의 입장, 그리고 시청자들의 진실 찾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입수경위라든가 저희들이 되돌아봐야 할 부분은 냉정하게 되돌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손 사장은 “저나 저희 기자들이나 완벽할 순 없습니다마는 저희들 나름대로의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JTBC가 입수한 녹음파일은 경향신문이 검찰에 제출할 당시 보안 작업을 도와주겠다고 자처했던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김모씨가 검찰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온 뒤 넘겨준 것으로 확인됐다. ‘성완종 녹취’ 무단 공개 앞서 경향 측은 유족 동의를 받고 인터뷰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한 데 이어 고인의 육성 녹음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녹취록은 지면에 싣되, 녹음 육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손 사장이 방송을 통해 공개하면서 동반 빈축을 샀다. baghi81@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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