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소환조사하면서 수사 속도 올리는 검찰
회유 발각된 홍준표…구속영장 청구 방안 검토 선관위 압수수색한 수사팀…커져가는 조사범위 대선자금 자료수집…친박인사에 칼날 들이대나 검찰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소환조사하면서 그간 측근들 소환에 그치며 지지부진하던 ‘성완종 리스트’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또한 같은 건으로 수사 중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경우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이고 있어 남은 6인에 대한 수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실제로 검찰은 선관위에 ‘2012년 대선자금’ 관련 자료를 요청하면서 홍문종, 유정복, 서병수 등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친박계 인사들에 칼날을 겨누려는 모양새다.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검찰이 지난 5월14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소환하면서 수사 속도를 올리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에서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4월4일 이완구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수행비서 금모(34)씨, 운전기사 여모(41)씨 외에 성 전 회장의 보좌관 출신 과장급 비서 임모(39)씨도 동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혐의가 선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씨는 성 전 회장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10여 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이다. 이완구 겨냥하는 검찰
향후 쟁점은 ▲2013년 4월4일 행적 ▲금품 수수 여부 ▲회유 의혹 등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중요한 건 돈이 전달됐다는 시점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 4월9일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때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가서 내가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 한 30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밝히지 않았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 측근인 임씨를 지난 5월6일과 9일, 금씨와 여씨를 5월9~11일 소환조사한 결과 “2013년 4월4일 오후 4시~4시 30분 쯤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두 사람이 독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였던 윤모(44)씨로부터도 같은 내용의 진술을 받았다. 하이패스 기록과 통화 내역 등을 토대로 두 사람이 선거사무소(충남 부여읍 구교리)에 도착한 시간이 유사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반면 이 전 총리 측은 그간 “청양 선거사무소에 들렀다 가느라 성 전 회장을 만나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를 상대로 독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고속도로 하이패스 기록 뿐만 아니라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 차량의 GPS(위성항법장치) 기록 등을 분석해 의혹 시점에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3000만원 전달 과정도 핵심 포인트다. 이 전 총리는 지속적으로 “성 회장과 독대한 일도, 돈 받은 일도 없다. 특별히 준비할 것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입증이 쉽지 않다. 성 전 회장이 사망해 이 전 총리와의 대질도 불가능하다. 수사팀은 “서울에서 미리 현금 3000만원을 준비해갔다”는 임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 전 총리를 압박할 계획이다. 임씨는 성 전 회장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충남자율방범연합회에 1000만원을 기부할 당시 경남기업 비서팀장으로 일하며 기부금 지원 결정에 관여했다. 성 전 회장은 이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앞서 수행비서 금씨는 “성 전 회장이 차에 있는 쇼핑백을 가져오라고 전화로 지시해 독대 자리에 가져다줬지만 돈이 들었는지 여부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총리 측이 당시 캠프 인사 등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김민수 전 비서관은 전 운전기사 윤씨 등 당시 선거사무소에 있던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4월 4일 성 전 회장을 본 적 없지 않느냐”며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를 상대로 회유를 지시했거나 묵인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김 비서관은 검찰에서 “성 회장이 선거사무소를 찾았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윤씨와 통화는 했지만 회유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성 회장이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고 하더라도 당선이 유력한 정치인(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찾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은 이 전 총리의 지역구 업무와 조직 관리를 총괄하는 인물로, 2013년 4월 이 전 총리의 선거 캠프에서도 자금 관리를 맡았다. 검찰로부터 혐의를 가장 강력하게 의심받는 홍준표 지사의 경우에는 수사팀과의 진실공방이 거세다. 이 와중에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들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사건 증거물을 숨기고 핵심 증인을 회유하려고 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행위를 홍 지사가 묵인 또는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홍 지사의 관여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난다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회유 발각된 홍준표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홍 지사의 보좌관 출신인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과 비서관 출신인 강모씨의 자택과 사무실에서 확보한 압수품들을 분석했다. 압수품 중에는 2011년 6월을 전후한 시기에 비공식 일정까지 포함한 홍 지사의 행적을 담은 전산기록 파일과 일정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도전한 홍 지사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돈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이 있는 때다. 홍 지사 측이 선관위에 신고한 경선자금 회계 내역 외에 ‘뒷돈’을 사용한 흔적이 남은 장부도 검찰이 압수대상으로 삼았다. 나 본부장과 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런 자료들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특별수사팀은 이들이 자료를 은닉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증거물 은닉뿐 아니라 핵심 증인을 회유하는 데에도 홍 지사 주변인물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에는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홍 지사의 보좌관 출신인 엄모씨가 사건 핵심 증인인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진술 내용을 바꾸려 했다는 의혹 정도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가담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리스트 의혹 수사 초반에는 경남도 의원 출신의 이모씨와 경남도청 공무원인 정모씨 등 홍 지사의 지역 측근들이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는 데 주도적이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들은 윤 전 부사장과 어떻게 접촉하고, 설득을 하려면 누구를 동원해야 하는지 등을 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를 겨냥한 수사가 중반을 넘어설 무렵부터는 비서관 출신 강씨가 윤 전 부사장 회유를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강씨는 동문 인맥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윤 전 부사장의 고교 후배다. 강씨는 같은 고교 동문으로,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고모씨도 끌어들여 전화접촉 등을 통해 윤 전 부사장을 설득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런 증거인멸 및 증인 회유 과정을 홍 지사가 몰랐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홍 지사가 깊이 개입한 것으로 결론 낸다면 홍 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지사가 모두 ‘회유’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거인멸이나 회유에 대한 수사는 통상 검찰이 주요 사건의 피의자나 참고인들을 압박할 때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는 카드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에서도 매 국면 이 방법이 쓰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수사팀은 핵심 참고인과 접촉하려던 홍 지사 주변 인물이 알려진 것보다 더 있다는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어떻게 접촉하고,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등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일 검찰 수사를 반박하던 홍 지사는 측근 압수수색 이후 대외 발언을 확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 겨누려는 검찰 이 전 총리 소환을 하루 앞둔 시점에 최측근인 김모 비서관을 조사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김 비서관도 이 전 총리의 옛 운전기사인 윤모씨 등 핵심 증인에 대한 회유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이 김 비서관에게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한다면 이 전 총리를 압박할 단서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수사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향후 검찰 수사의 칼날이 점점 광범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특별수사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대한 정밀 분석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상태다. 이는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관련 수사가 사실상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선관위 자료가 다음 수사로 넘어가기 위한 ‘연결고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팀은 최근 국회 관리과와 과천 선관위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하고 2011년도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 기간 자료 및 회계보고서, 홍 지사가 의원 시절 받은 정치 후원금 내역 등을 확보했다. 수사팀의 선관위 자료 압수를 두고 표면적으로 홍 지사 소환을 앞두고 당 대표 경선 당시 객관적 정황과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자료 중에는 2011년뿐만 아니라 2012년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의 회계보고서와 후원금 내역 등도 함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자료 검토 결과에 따라 대선 자금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단초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팀이 최근 파견 형식으로 수사인력을 보강하고 별도의 팀을 구성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수사팀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통했던 한장섭 전 부사장으로부터 “2012년 대선 직전 김모 전 새누리당 대변인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성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 중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주목할 대목 중 하나로 꼽힌다. 새정치민주연합 측도 이와 관련 “2억원을 받았다는 홍 의원, 3억원이 적힌 유정복 인천시장은 모두 2012년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핵심 인물들이었다”며 “성 전 회장이 2012년 대선 당시 홍 의원이 본부장이었던 조직총괄본부에서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는데, 선대위 부위원장과 선대위 본부장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어떻게 주장할 수 있나”고 주장했다. 대선자금 수사 본격화 시기는 이완구 전 총리 비리의혹 조사 이후 시점으로 추정된다. 수사팀은 대선 경선 당시 각 후보 캠프의 사용총액과 가용할 수 있는 금액과의 차이, 더 썼는데 덜 쓴 것으로 기재하는 ‘역분식 회계처리’ 가능성, 실제 지출 비용이 크지만 신고액이 작을 경우 그 차액의 출처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대선 당시 SNS로 불법 선거운동을 해 유죄를 받은 ‘서강바른포럼’의 활동에 서병수 부산시장이 개입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당시 대선 후보의 비선조직까지 수사가 확대될 지 여부도 주목된다. 검찰은 박근혜 캠프뿐만 아니라 야당 쪽 문재인 캠프의 자금 흐름까지 파악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차떼기’로 유명한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재연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섣부른 관측까지 나온다. 이 같은 검찰의 수사 방향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지난 5월13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성완종 리스트의 핵심은 불법 대선자금 비리”라며 “청와대와 검찰이 이를 의도적으로 물타기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이번 성완종 리스트의 핵심이 대선자금 의혹이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혹여라도 홍준표 지사, 이완구 전 총리 등 개인의 정치자금비리 수사만 떠들썩하게 해서 대선자금 비리를 덮을 생각은 아니길 바란다”고 전했다. kimstory2@hyundaenews.com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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