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암고 교감이 많은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급식비 미납 학생들에게 핀잔과 수치심을 줬다는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의혹이 불거진 초기, 교감은 공개적으로 학생 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가 현장 사진이 공개된 후에야 시인한 것이다. 이후 ‘막말’은 안 했다고 부인했지만 교육청 조사과정에서 막말도 사실로 드러난 것. 게다가 교장도 ‘형편이 되는데도 급식비를 안 내는 학생들로 재정 부담이 심각했다’며 교감의 주장을 두둔했다가 더욱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 설상가상 이번 일로 학교 재단인 충암학원이 학생을 위해 써야 할 학교 예산을 빼돌린 이력 등 수십 가지 비리가 들춰지며 학교를 향한 비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편집자 주> 교감이 미납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밥 먹지 마” “꺼져” 공개적으로 말 안 했다던 교감…사진 제시되자 말 바꿔 충암학원 재단…학교 예산 횡령 등 비리 중징계도 무시 [주간현대=조미진 기자]서울 충암고등학교 교감이 급식비 미납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막말을 해 수치심을 줬다는 내용이 결국 사실로 확인됐다. 사건 초기 교감은 공개적으로 말한 적 없다거나 막말을 하지 않았다며 말바꾸기를 했지만 교육청 조사결과 ‘막말’이 사실로 드러난 것. 설상가상 이번 사건과 맞물려 충암고 재단이 학생을 위해 써야 할 학교 예산을 빼돌린 사실까지 회자되며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치’의 급식비 납입 지도?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지난 4월2일 목요일 서울 은평구 소재 충암고등학교의 점심시간, 3학년 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 앞 복도에 줄을 서 있었다. 이때 이 학교 김모 교감이 나타났고, 그는 학생들 맨 앞에 서서 급식비 미납자 현황이 적혀 있는 명단과 학생들을 일일이 대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40분 정도가 소요됐다. 이후 김 교감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에게 개인별로 몇 달치가 밀렸는지를 알려주며 “내일부턴 오지 마라”고 다그쳤다는 것. 장기 미납 학생들에겐 “넌 1학년 때부터 몇 백만원을 안 냈어. 밥 먹지 마라”, “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본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일부터 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는 학생은 언론을 통해 “처음에는 잘못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친구한테 물어보기까지 했다”며 “일단 식당엔 들어갔는데 친구들 앞에서 망신당한 것이 너무 창피하고 화가 나 식사 중간에 그냥 나왔다”고 밝혔다. 이 학생의 어머니도 해당 언론을 통해 “아이에게서 ‘급식비 안 냈느냐’는 문자가 왔고, 카톡을 수차례 주고받으면서 상황을 알게 됐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 아이를 겨우 다독이긴 했는데, 애가 ‘욱’하는 마음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까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이어 “1·2학년 때도 급식비 지원 혜택을 받고 있던 터라 이런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앞에서 망신을 준다는 것은 선생님이 할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학교의 한 교사는 “학교 급식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급식비를 연체한 아이들을 탓한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모욕감과 수치심을 호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충암고의 급식비는 한 끼에 4003원 꼴이다. 김 교감은 지난 4월5일 이 내용을 최초 보도한 언론에 “학생들을 한 명씩 불러서 확인했고,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여러 학생들 앞에서 미납자 확인을 하는 사진이 게재되자, 다음 날 서울시교육청 조사에선 공개적으로 학생지도를 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일로 교장은 한 술 더 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4월6일 이 일로 학부모단체가 충암고를 찾아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교장은 “미납비용이 학교 재정에 부담이 크다. 여유가 있으면서도 내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많아 교육의 차원이었다”며 “여러 학생들 앞에서 미납 사실을 밝히는 것이 비교육적 방법인지 몰랐고, 지금도 비교육적이라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는 것.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복지 대상자는 4월 말이나 5월 초 확정돼 소급 정산되고, 지난해 지원 대상자들은 별도 신청 없이도 지원이 된다”며 “교감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학교의 뻔뻔한 거짓해명? 사실이 알려지자 교감과 학교 측에 대한 여론의 비난과 파장은 더욱 커졌다. 결국 지난 4월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교감과 교장은 “급식비 미납 납부 지도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생,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2015년 2월 졸업생들 급식비 미납액만 3908만4510원, 최근 걷지 못한 총 급식비가 약 8200여만원이며 매년 쌓여가는 미납액이 학교가 감당하기 힘들게 돼 부득이하게 미납 급식비 지도를 했다”고 재차 해명했다. 또한 언론 보도가 난 대로 지도 과정에서 막말을 하거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 피해 학생의 부모는 교감의 막말에 대한 학교 측 해명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 학부모는 한 언론을 통해 “아이에게서 온 카톡 첫마디가 ‘급식비 안 냈다고 오지 말래’였다. 별말 없이 급식비 냈는지만 확인했다면 아이가 그 순간 그렇게 발끈했겠냐”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 앞에서 급식비 안 냈다고 식당에 오지 말라고 한 것도 그렇고, 뻔뻔하게 둘러대는 것도 교육자가 맞는지 화가 난다”고 밝혔다. 이런 학부모의 반발에도 교감과 학교 측의 적극적 부인으로 미궁 속에 빠질 뻔한 ‘막말’ 의혹은 결국 사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지난 4월8일 서울시교육청 조사과정에서 수십 명이 넘는 학생들이 교감이 ‘막말’을 했다고 밝힌 것.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이 당시 현장에 있던 3학년 3개반과 2학년 1개반을 대상으로 교감의 막말을 들었는지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 114명 중 55명이 교감의 막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던 것이다. 윤명화 인권옹호관은 또한 “학생들이 얘기한 막말이 서로 일치한 것을 볼 때 막말 의혹이 사실인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교 예산 빼돌린 재단 비리까지 계속적인 말바꾸기를 한 김 교감과 충암고는 더욱 거센 비난을 받게 됐으며 이번 일로 학교 예산을 빼돌려 학교 재단인 충암학원의 재산을 부풀린 내력, 재단 이사장 가족·친지들이 법적 근거도 없는 자리에 앉아 월급을 받은 과거 등도 들춰지고 있다. 또한, 정작 학교 건물은 보수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소방 안전시설이 없는 등 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던 사실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지난 2011년 서울시교육청은 충암학원을 조사해 무려 34건의 비리 혐의를 적발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충암 학원 이사장, 이사, 감사 등 이사회 전원에 대한 취임승인 취소 의견을 냈고, 중·고교 전직 교장 등 10명과 교직원 29명에게 중징계 조치를 했다. 아울러 충암학원에 4억7300만원 회수·보전도 요구했다. 그러나 충암학원은 아직도 교육청의 감사 처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교육청은 지난 1월 학교 개보수에 필요한 시설사업비 집행을 유보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happiness@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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