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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동교동계 ‘불안한 동거’ 막전막후

심장부인 ‘호남’ 아킬레스건 노출한 ‘문재인’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5/04/13 [15:45]

친노·동교동계 ‘불안한 동거’ 막전막후

심장부인 ‘호남’ 아킬레스건 노출한 ‘문재인’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5/04/13 [15:45]
 
새정치민주연합 내 친노계와 동교동계 간의 갈등 양상이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잠시 봉합된 모양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가 논란 끝에 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 지원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서을과 호남 유권자가 많은 서울 관악을에서 표 결집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야당 ‘심장부’인 호남에서 지지세가 약한 문재인호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편집자주>



문재인 대표와 동교동측 갈등 일단 ‘봉합’
정동영·천정배 ‘바람’ 차단할 필승 카드?
 
재보궐선거 전패위기 처한 취약한 ‘리더십’
권노갑·박지원에 잇단 ‘구애’한 진짜 속내?



▲ 얼굴을 찡그린 모습의 문재인 의원과 동교동계 원로와의 조우.     © 주간현대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가 4·29 재보선에서 당의 승리를 위해 적극 협력·지원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동교동계 인사들의 ‘선거지원 반대’ 거수투표로 촉발된 문재인 대표와 동교동 측의 갈등은 일단 봉합된 모양새다.

야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과 옛 민주계를 상징하는 동교동계의 전면 지원 방침으로 인해 지지층이 겹치는 호남 출신의 국민모임 정동영(서울 관악을), 무소속 천정배(전남 광주서을) 전 장관의 지지세 변동 여부 등 야권의 선거지형이 다시 한 번 출렁일지 주목된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4월7일 오전 국립현충원 DJ 묘역 참배 후 마포 한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가진 데 이어 박 전 원내대표와 별도로 만나 최종 입장을 정리했으며, 직후 박 전 원내대표가 문 대표에게 이를 전달했다.

취약한 리더십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마련된 이 모임에는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박 전 원내대표, 김옥두 이훈평 박양수 윤철상 이협 김방림 전 의원 등 8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내대표도 문 대표와 회동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논란을 종식하고 선당후사 정신에 공감하면서 당의 승리를 위해 적극 협력, 선거운동을 당과 함께 하기로 했다”며 구체적 지원방식 및 시기에 대해 “당과 협의할 것이며, 오늘이라도 내일이라도 당이 필요로 하면 저부터 (지원)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표는 박 전 원내대표에게 “대단히 감사하다. 이제 우리가 모두 단합해 재보선 승리의 길로 가자”고 말했다고 박 전 원내대표가 전했다.

▲ 야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과 옛 민주계를 상징하는 동교동계의 전면 지원 방침으로 인해 지지층이 겹치는 호남 출신의 국민모임 정동영(서울 관악을), 무소속 천정배(전남 광주서을) 전 장관의 지지세 변동 여부 등 야권의 선거지형이 다시 한 번 출렁일지 주목된다. 사진은 국민모임 정동영 서울 관악을 후보(왼쪽), 무소속 천정배 전남 광주서을 후보.     © 주간현대

박 전 원내대표는 동교동계가 주장했던 문 대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무슨 조치를 하고 안 하고는 문 대표가 할 일이지 우리가 요구할 일이 아니다”라며 “합의라고 할 게 뭐가 있느냐. 서로 이해하고 오해를 풀고 힘 합쳐 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권 고문도 국립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동교동계 인사 50여 명과 DJ 묘역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을 도와주자는 데 변함이 없다”며 “이번 재보선은 물론 물론 총·대선 등 정권교체까지 모든 힘을 합쳐 나아가자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권 고문은 그러면서도 “김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 무엇보다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나가 된다는 건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서로 북돋워주고 껴안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동참을 이끌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하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정당정치 관행은 당 운영을 주류 60%, 비주류 40%로 배합했다”며 문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해 쓴소리를 날렸다.

이후 권 고문은 8일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한 관악을 호남향우회 회장단과 오찬을 함께한 데 이어 9일에는 천정배 전 장관이 나온 광주 서을로 내려가 선거지원에 나섰다. 특히 광주행에는 김원기 상임고문, 전병헌 최고위원도 동행해 당의 승리를 위해 적극 협력·지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새정치연합은 박 전 원내대표와 동교동계의 본격적인 선거 지원을 계기로 야권 지지층이 결집, ‘정동영·천정배 바람’에 제동을 걸면서 새누리당 후보와의 1대 1 구도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늬앙스다. 반면 정 전 의원측과 천 전 장관 측은 “동교동계가 호남 민심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박 전 원내대표와 동교동계의 지원사격은 문 대표에 단비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더욱이 박 전 원내대표를 통해 지원사격을 약속받은 문재인호의 새정치연합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은 야권난립으로 인해 강세 지역으로 꼽히던  관악을과 광주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원내대표와 호남기반의 동교동계의 지원사격이 활성화된다면 당 후보자의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문재인 대표가 동교동계 지원 논란으로 ‘취약한 리더십’을 노출했다는데 있다. 문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전당대회에서도 내내 ‘이길 수 있는 정당’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야권이 차지했던 지역구가 3곳이나 되는 첫 재보선부터 전패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선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예전 같지 않은 점이 크다. 호남에선 열린우리당 창당에 따른 민주당 분당과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친노계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다.

그런데도 지난 총·대선 때 친노 지도부가 이끄는 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줬지만 매번 패배하면서 민심이 이반됐다. 무소속 출마한 천정배 전 장관, 정동영 전 의원 등 호남 출신 유력 정치인들은 ‘호남정치 복원’을 내세우면서 이런 민심을 파고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탈여의도 정치’를 말해 온 문 대표가 정작 선거에서는 동교동계라는 옛 정치집단에 손을 내미는 ‘정치공학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동교동계 지원으로 호남 유권자들에게 ‘야권 대표선수에게 힘을 몰아주자’고 말할 명분은 생겼다”면서도 “동교동계와 호남 민심은 다른데, 문 대표가 동교동계와 박 전 원내대표의 ‘몸값 높이기’에 휘말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박 전 원내대표와 회동을 가지면서, 앞서 선거 지원을 약속했던 권 고문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도 취약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애초 문 대표는 지난 4월5일 오전 권 고문를 비롯해 김원기·임채정 상임고문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회동을 30분 앞두고 일정이 취소됐다. 이에 따라 동교동계의 지원을 이끌어내 4·29 재보선 판세를 유리하게 바꿔보려는 문 대표의 선거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회동 취소 배경에 대해 “회동에 참석할 상임고문단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정 조율이 여의치 않아 회동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내부 논의 과정에서 참석자 범위를 다른 상임고문들과 최고위원들로 넓히기로 하면서 일정을 재조율해 날짜를 다시 잡기로 한 것”이라며 “권 고문도 당의 혁신과 통합, 재보선 적극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일정 재조정인 만큼 억측하지 말아 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다만 모임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여전히 권 고문의 선거 지원을 반대하고 있는 동교동계의 복잡한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았다. 실제 동교동계의 핵심 인사는 “맨처음에 상임고문단 회의라고 했다가 ‘원로회의’로 바뀌고 장소도 전례 없이 재보선 지역구로 잡는 등 혼선이 계속 빚어졌다”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아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분위기도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동교동계 핵심 원로인 권 고문을 비롯해 임채정·김원기 전 고문과 정태호 관악을 후보가 함께 참석하는 ‘원로와의 대화’를 열 예정이었지만 주말 사이 상임고문단-최고위원 연석 간담회로 형식을 변경했다. 회동 장소 역시 서울 관악을에서 여의도 당사로, 다시 국회 당 대표실로 옮겼다. 재보선 위기감에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고 무리하게 일정을 조율한 결과로 보인다. 가뜩이나 문 대표 체제에서 ‘호남 소외론’을 주장하고 있는 동교동계 입장에서는 당이 회의 형식으로 혼선을 낳는 등의 모습에 반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권 고문 측은 “권 고문은 변함없이 재보선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며 “돕는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이날 오전 일찍 임채정·김원기 상임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전체 상임고문단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레 잡다 보니 성원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이대로는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다시 일정을 잡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 ‘아킬레스 건’

문 대표 역시 “일정이 조정되고 연기된 것”이라며 “일정이 조정됐을 뿐 형편이 되는 대로 자리를 마련할 것이며, (권 고문을 포함해) 우리 당의 선배들과 도움이 필요한 분들, 함께해주실 분들을 늘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 “박지원 의원도 근일 간에 만나 뵙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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