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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떠났지만 추억은 남아

이스탄불 in경주 성공의 뒷 이야기와 숨은 공로자

이성현 기자 | 기사입력 2014/09/23 [11:29]

그들은 떠났지만 추억은 남아

이스탄불 in경주 성공의 뒷 이야기와 숨은 공로자

이성현 기자 | 입력 : 2014/09/23 [11:29]

그들은 떠났지만 추억은 남아

인류문명의 보고 터키 이스탄불이 수놓았던 경주 신라의 무대는 끝이났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졌던 무대는 사라졌지만 무대에서 함께하고 같이 준비했던 추억은 고스란히 경주에 남아 있다.

이야기를 남겨 둔 체 서양 끝자락으로 떠난 터키 이스탄불인들이 숨겨진 이야기와 추억, 미쳐 소개되지 못했던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 톱바쉬 이스탄불 시장, 김 지사에 ‘악마의 눈’ 선물

개막식이 열리던 12일. 황성공원에 도착한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와 카디르 톱바쉬 이스탄불 시장은 그랜드 바자르 오픈식을 마치고 장터 구경에 나섰다. 톱바쉬 시장의 설명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장터를 구경하던 두 사람이 멈춰선 곳은 터키 부적 ‘악마의 눈’이라고 불리는 ‘나자르 본주 (NAZAR BONCUGU)’를 파는 부스. 이 자리서 톱바쉬 시장은 김관용 지사에게 ‘악마의 눈’을 선물했다.

나자르 본주는 가운데 하늘색이 악마의 눈이고, 그 주위는 이슬람 문화권이 가장 좋아하는 파란색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악마의 눈을 가두어 놓은 까닭에 주위의 악마들을 근접하지 못함으로써 재앙과 화를 막아준다고 한다.

톱바쉬 시장이 김 지사에게 이를 선물한 것은 그의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이스탄불시측의 전언이다.

■ ‘터키 처녀 통역사’의 특별한 한국사랑

‘이스탄불 in 경주 2014’ 가 열리는 황성공원 일대를 경쾌한 발걸음으로 항상 기분 좋게 다니는 열성 통역사 예심 아트시(24)씨. 그녀는 터키에서‘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이라는 단체의 어엿한 회장님이다. 한국을 너무도 좋아해 4년 전 결성했다는 이 단체의 회원 수는 자그마치 2만 5천명이 넘는다.

이 모임은 터키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이영희씨의 도움으로 결성한 것으로, 그녀는 이 씨를 이모라고 부른다. 두 사람은 한국 영화도 같이 보고, 한국드라마도 함께 즐기는 것은 기본. 이영희씨의 식당에서 한국 요리도 배우고 한국에서 온 사람들로부터 한국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도 나눈다.

한국 사람같이 한국어를 잘하는 그녀는 이번 행사에서도 많은 사람들로부터‘귀엽다’, ‘아가씨, 한국어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많이 듣는단다.

■ 튀르크 카흐베시(커피)잔 바닥 찌꺼기로 점치는 터키인들

터키에서 커피가 유행한 것은 거의 오스만제국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년의 역사가 넘는 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터키서는 커피를 마시고 나면 이를 이용해 점을 치는 관습이 지금까지 유행한다. 이스탄불 홍보관 옆 ‘카페 이스탄불’에서 방문객들에게 터키 전통 후식 로쿰을 무료로 나눠 주고 있는 에크렘 아우즈씨에 따르면, 터키 여성들은 남편과 아이들이 일터와 학교로 가고 나면 동네 한 집에 모여서 커피를 자주 마신단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이 자리서 남은 커피 찌꺼기를 이용해 점을 치는 것이 그녀들의 일상.

일단 모두 마신 커피위에 받침을 덮고 이를 뒤집은 후 찌꺼기가 바닥으로 모두 쏟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기본. 한참이 지난 후 덮개를 치우고 난 후 생긴 모양을 가지고 언변이 좋은 한 사람이 덕담이나 앞으로의 일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모두 믿는 것은 금물. 아마추어 점쟁이(?) 인 이유로 맞으면 좋고, 안 맞아도 그만인 것. 여기서 지켜야 하는 것은 자신의 점을 자신이 쳐서는 안 된다는 것. 대개 같은 동네에 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에 맞는 것도 많다고 귀뜸했다.

■ 터키 젊은 여성에 갓 배운 터키어 사용하다 ‘눈총(?)’ 받은 한국 총각

행사장에 근무하는 한 청년은 곳곳을 다니며 친해진 터키 근무자의 장난스런 가르침에 곤혹스런 상황을 맞았다고 한다. 그녀가 그에게 가르쳐 준말은 ‘베베임(Bebeğim)’.

우리말로 해석하면‘마이 베이비’라는 뜻의 이 말은 대개 터키 사람들이 자신의 연인에게 부르는 말이다. 가르쳐 주면서 그 말의 쓰임새를 그저 터키 여성들에게 부르는 말이라고 장난스럽게 알려준 탓에 이를 진지하게 믿은 그 청년은 이 말을 써먹다가 일부 여성에게 눈총(?)을 받았다고. 

■ 김지사의 농담에 관객들 웃음바다 왜?

실크로드 선상에 잇는 한국,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의 소리의 향연이 울려 퍼진 경주 예술의 전당.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각국의 전통 악기 대표 급 연주자들의 멋진 무대에 모두가 매료됐다.

이날 행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언어와 풍습이 다른 5개국 연주자들이 전통악기로 하나가 된 ‘실크로드 소리길 음악회’. 이날 행사를 빛낸 사람은 일부 곡을 작곡하고 지휘를 맡은 박범훈 총감독과 경북도립국악단, 김덕수 사물놀이팀 그리고 사회를 맞은 국악인 김성녀씨(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등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김관용 도지사 부부가 참석해 연주가 끝날 때까지 이를 감상하고 관객과 함께 호흡에 눈길을 끌었다.

김 지사는 행사가 끝난 후, 사회자의 김성녀씨의 요청으로 무대에 올라 그녀의 시댁이 영주며, 지휘자 박범훈 총감독은‘울진 처자와 결혼을 했으니 큰 복’이라고 말하는 등 그들의 개인사까지 꿰뚫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김 지사는 또 김성녀씨에게‘시댁이 경북이니 시집살이는 도지사가 걱정 없도록 책임(?)지겠다’는 조크를 던져 관객들을 웃음바다로 이끌었다.

그의 농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북도립국악단의 노고에 박수를 쳐 달라고 주문한 그는 “경북도립국악단의 수준이 이 정도인데 도지사의 능력은 어느 정도이겠냐”고 한 마디 더 던진 것. 결코 과하지 않은 자화자찬으로 관객들은 ‘역시 김 지사’‘연륜 쌓인 인사말’이라며 찬사를 보내는 등 이날 공연이 오히려 더 흥이 났었다고.

■ 터키인들의 큰 목소리 “절대 욕 아네요. 오해마세요”

한국과 터키의 문화가 다르다 보니 상황에 따라 오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카페 이스탄불에 근무하는 한 터키인은 줄을 서서 터키차이, 커피, 시미르 빵. 로쿰(터키 전통 후식), 샤루벳 등을 맛보기 위해 줄을 서는 한국인들에게 큰 소리로 말을 건넨다.

문제는 그러나 큰 목소리. 무료로 음식을 나눠 주는 곳이기에, 긴 줄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한국인들에게 그의 큰 목소리가 반갑게 들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주로 하는 말은 ‘부유른’ 등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 ‘부유른‘은 우리말로 ‘와서 드세요’‘로쿰 드세요’ 라고 말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의 큰 목소리는 왠지 꾸중의 의미로 들리기 십상. 일부 방문객은‘저 친구에게 뇌물 좀 줘라’고 농담을 하거나 어린아이들은 무서워하며 도망을 치기도 한다.

■ ‘밑줄 쫘악 ~’ 은 수염 강조 하는 것”

메인 무대인 ‘달 무대’에서 의전을 담당했던 세나씨. 커다란 키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힘든 일정에도 행사 기간 내내 웃음을 잃지 않으며, 귀찮을 만도 한 출연배우와의 인터뷰 통역 등도 선뜻 나서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다.

특히 세나씨는 터키의 한 지역인 트라브존 이야기로 웃음을 전했다. 트라브존 주민들의 특징은 터키에서 코가 가장 크다는 것. 그런데 이 지역 주민들은 또 콧수염을 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세나씨는 터키 사람들이 이 지역 사람들의 수염을 보고 놀리기도 한단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밑줄 쫘악~’ 정도. 강조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수염은 큰 코를 강조하기 위해 기른다고.

■ 한국인들의 모습 신기한 것도 많고 배울 점도 많아

‘한국인들은 왜 사진을 찍을 때 V자를 그릴까?’

이스탄불시의 행사 운영팀원 중 한사람인 아야 케말 파샤씨는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고 물었다. 또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도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터키의 다른 점에 대해 묻자 가장 먼저 나온 답은 담배 피우는 장소가 한정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을 배려하는 의미라고 하자 쉽게 호응을 했다.

경찰이 총과 방망이를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은 터키와 아주 다르다고 했다. 터키는 한 사람이 최대 3정 이상의 총까지 소유할 수 있기에 경찰이 총이 없을 경우 큰일(?)이 난다고.

하지만 터키 사람과 한국인은 운전대를 잡으면 경적을 ‘빵빵’울리고, 욕을 하는 것은 너무 닮았다고. 또, 스포츠를 좋아하는 모습은 두 나라 사이에 공통점이라며, 특히 체육관이 곳곳에 있는 것이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터키인들은 우리나라 사물놀이와 상여 행렬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상여행렬은 그저 놀이문화의 하나로 여겼지만, 죽은 사람을 보내는 장례문화로 이해하고는 죽은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기도.

■ 보이지 않는 ‘공신’ 준비단 직원들 추석․휴일도 없어요

백조가 우아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물 속 보이지 않는 발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이스탄불 in 경주 2014’ 성공의 화려함 뒤에는 이를 준비한 ‘준비단원들’의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의전, 홍보, 운영 등 행사 전반에 걸친 준비와 실행을 위해 늦은 밤까지 일을 손에 놓지 못했으며, 일부 직원들은 행사 기간 내내 집에도 거의 가지 못한 채 행사 성공을 위해 매진했다.

여기에 빼어 놓을 수 없는 것은 경북도 파견 직원들의 노고. 대구에 집을 둔 직원들이 거의 대부분인 이들은 일주일 내내 경주에 마련된 숙소에서 쉰 김치와 마른 반찬으로 아침을 때우고 나와, 밤 12시가 넘도록 행사준비에 매진했다. 특히 경북도청 대변인실과 문화교류협력과 직원들은 행사기간 동안 있었던 추석 연휴와 휴일에 쉬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

이동우 경주엑스포 사무총장의 행보도 준에 띄었다. 그는 연일 계속되는 대외 홍보와 언론 인터뷰 등을 소화하느라 서울, 대구 등을 발이 닳도록 다녔으며, 이영석 사무처장과 김창우 준비단장은 세부 일정 하나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챙겨 ‘시어머니’같다는 별명을 얻을 정도. 이 두 사람은 행사 기간 내내 진행된 모든 공연장에 얼굴을 빠지지 않고 나타나 그 체력과 열정에 모든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기도.

행사장내에서는 그날 그날 발생하는 쓰레기를 치우는 자원봉사자들과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 경찰의 지원, 행사 곳곳에 파견된 안전경비단 등이 모두 보이지 않게 수고를 다했다.

갈등도 있지만 친구 되는 것도 시간문제

터키 사람들이 흥이 참 많은 민족이라는 것은 이번 행사의 통역을 맡았던 팀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행사 동안도 터키 공연단의 무대는 언제 누구라도 춤이 절로 나올 수 있는 흥겨운 음악이 주류를 이루었다.

터키 중앙대학에 재학 중 이번행사를 위해 기꺼이 통역을 자청했다는 정지석씨(24․ 터키 중동 공과대학교-Orta Doğu Teknik Üniversitesi 오르타 도우 테크니크 위니웨르시테시 재학)는 인천공항에서 서울에 오는 동안 좁은 공간이었지만, 북 하나만 가지고도 내내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노는 모습이 흡사 한국의 나들이 가는 버스 안 풍경과 흡사했다고.

특히 담배를 좋아하는 터키인들은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또는 휴게실에 도착하는 순간 뿔뿔이 흩어져 담배피우기에 바빠 일일이 찾아다니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충도 털어놓았다.

달 무대서 의전부터 행사 진행까지 도우미 역할을 했던 세나씨는 ‘무대에서 리허설 할 때는 한국의 관계자와 터키 공연단이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 티격태격하다가도 리허설이 끝나자마자 금방 친해지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무대 뒷모습을 전해 주기도 했다.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대구경북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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