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당신들은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라서 그렇다. 아니 청마의 해 갑오년 봄, 당신들은 뜻하지 않게 세월호를 타고 진도 팽목항을 지나던 사람들이라서 그렇다. 대한민국은 당신들과 함께 한숨과 비탄을 씹으면서 한여름에 다가선 지금까지 여전히 숨 가쁜 비명을 토해내고 있다. 왜 그런가. 대체 왜 그런가?
브레이크뉴스 기자가 묻고,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고문이 대답하다.
정동영 고문은 그동안 팽목항에 세 번 다녀왔다고 한다. 두 번은 전략공천 발표가 나기 전에, 한 번은 그 후 일이다. 7.30 재보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동작을 지역구 등 15개 선거구의 공천문제로 예민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정 상임고문도 전략공천의 대상자 중 한 사람이었기에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으로 비칠까봐 측근에게도 알리지 않고 잠행을 하다시피 다녀온 팽목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시민행동 ‘가만히 있지 않겠다’에서 세월호 침사 희생자와 실종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전국 도보순례단을 꾸린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정동영 고문은 다시 팽목항에 있었다. 그날 먼발치에서나마 정동영 고문의 모습을 보았기에 이튿날 그의 사무실로 찾아가서 인터뷰를 청하기에 이르렀다. 피터펜의 작가 제임스 메튜 베리는 ‘인생은 겸손에 대한 오랜 수업이다’라고 말했다. 인기와 지명도에서 수많은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던 그 유명한 앵커가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10년을 집권여당의 정치인으로 있었다. 그 한복판에서 누구보다도 각광을 받던 정동영 고문이었다. 헌데 그는 지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민초들과 함께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왜 팽목항에 가신 겁니까?”하고 기자가 물었을 때 “그냥 같이 있어주고 싶었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지난 수년 동안 그가 ‘비정규직과 해직자 등 소외되고 억울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서민의 정치가’라는 소문이 결코 허명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대답은 진중했고, 정국현안에 대한 내용들 또한 솔직하고도 정직했기에 말이다. -헌법 30조를 보면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요. 정 고문님이 생각하는 국가란 무엇입니까? “오늘이 세월호 참사가 난지 90일째 되는 날인 데요 우리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눠봐야 한다고 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 국가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대통령도, 국가도, 시스템도 없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일어 난지 90일째 되는 오늘 현재도 달라진 게 무엇입니까? 답은 ‘그 어느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입니다.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하는 사태가 이를 말해주고 있어요. 도무지 달라진 것이 없기에 답답한 거고, 그래서 국회와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단식을 하는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생떼 같은 자식들을 300명 넘게 잃고도 교훈도 못 얻고 성찰이 없는 사회에서 살게 된다면 그들의 죽음이 헛된 거지요. 이번 사건도 일과성, 일회성 사고로 그냥 지나가는 사건이란 말인가요? 304명이나 되는 목숨이 희생된 의미를 찾을 수 없단 말인가요? 지금 돼 가는 모습을 보면 희생의 의미가 실종되고 있기에 그래요.”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까지 열리고 있는 상황인데 무엇이 진짜 문제일까요? “국정조사를 하는 의미를 살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야당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지요. 지금 정부는 모든 사태를 해결해야하는 책임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진범을 청해진해운이나 이준석 선장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정부는 간접 진범 아닌가요? 앞에서 야당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정부여당의 견제세력으로서 책임추궁을 단호하게 해서 진실을 밝히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소임이 야당에게 있는 것입니다. 근데 흐물흐물 대고 있어요. 초점을 흐리게 하는데 오히려 앞장서고 있는 측면이 있단 말이요. 책임을 면피하려는 정권 앞에서 여당이 실패했을 때 대안세력이 돼야 합니다. 이는 야당이 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민에게 희망이 돼줄 때 가능해요. 권위주의 독재시대 때 우리 야당은 민주세력으로 존재함으로서 대안세력이 됐고 그래서 정권을 잡았습니다. 지금이 절반의 민주주의 상태라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서 죄 없는 생명이 쓰러질 때 듬직한 대안세력으로서 그 같은 참상이 왜 일어났는지, 책임은 누구에게 어느 정도씩 있는지 밝혀내야 합니다. 왜 대통령은 8시간 이상이나 연락이 안 됐는지, 무슨 근거로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책임 없는 듯이 말하는지를 밝혀내야 합니다.” -강한 야당으로서 대안세력, 견제세력이 되려면 어떠해야 합니까? “철학이 있는 정당이어야겠지요. 철학과 노선이 있어야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게 되는 거니까요. 인체에서 척추가 곧게 설 때 반듯한 자세도 나오고 제대로 걷고 뛸 수 있지 않습니까? 감히 말하지만 정당의 척추는 바로 노선과 이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차별성이 없고. 경제 사회 적으로 약자와 억울한 사람을 대변하는 대안이 없다면 야당이 아닌 것이지요. 여당과 다르다는 이유가 한참 더 드러나야 합니다. 국회 농성장에 가보니 정말로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제헌절 행사를 알리는 펼침 막 아래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반별로 티셔츠 색깔을 달리해서 등판에 이름을 새긴 것을 입고 있었어요. 2학년 7만 같은 곳은 희생자가 무려 32명이었습니다. 2학년 3반은 26명이었고요. 이분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유를 알면 정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도대체 진상조사를 하고 대책마련을 함에 있어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있는지요? 기본에 속하는 것도 안 이루어지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니겠냐 말이지요. 이런 것이 왜 정쟁거리가 되냐는 것이죠. 유가족들의 주장은 <무늬만 특별법>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확실하게 진상규명을 하고 죄가 드러나면 그에 맞는 처벌을 하자는 것입니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이런 일이 지금 정쟁거리가 돼 있습니다.” -팽목항에 갔던 이유는 ‘세월호 유족들과 같이 있어주고 싶어서.’라고 하셨는데, 국회 단식농성 장에서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한쪽에 앉아계시는 모습이던데요. 앞에 나서지는 않았더라도 유가족들과는 어떤 교감을 나누셨나요? “304명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산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4.16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돼서 독립적인 권한과 함께 충분한 조사기간을 확보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하자는 것입니다. 이래야 참사 재발방지대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될 수 있고 다시는 참사가 없는 안전한 사회를 지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회에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안전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하자는 것이 저와 세월호 유가족 들의 일치된 생각입니다. 정부 여당은 이번 사건을 금전으로 보상하고 대충 끝내려고 하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은 첫째도 둘째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마련을 하는 겁니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요. 정부와 각 정당들은 이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제 곧 제헌절입니다.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통과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저는 그들과 교감하면서 그들 곁에 함께 있어줄 것입니다.” 용기란 무엇인가. 남들이 두려워하는 길을 가는 것이다. 양심이란 또 무엇인가. 내부에 깃는 명예이다. 이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자는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양심의 불꽃을 쉽게 꺼트리지 않는다. 정동영 그에게서 양심을 보게 된다. *인터뷰어/박정례. 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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