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뉴스 유채리 기자= 끝 모르는 불황과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 기업 매물이 쌓여만 가고 있다.
STX그룹을 비롯해 동양그룹, 현대그룹, 동부그룹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들어간데 따른 것이다. 소위 ‘돈 되는’ 금융 계열사들까지 팔려나가는 신세가 돼버렸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시장 유동성 악화와 대기업들의 위축된 투자 심리 등으로 매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오는 2015년까지 3조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매각하기로 했다. 반도체 전문회사인 동부하이텍의 매각 대상 지분은 37%로 1000억 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되며, 동양그룹 구조조정으로 동양매직과 동양파워도 매물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와 함께 최악의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에도 새 주인을 기다리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쌍용건설부터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LIG건설까지 다수의 건설사들이 M&A를 통한 회생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쌍용건설은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마저 난관에 봉착하며 또 다시 위기를 맞았고, 남광토건은 매각주관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해 M&A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금융업계 역시 증권사를 중심으로 M&A 매물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팔아 7000억~1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밝혔다. 앞서 동양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아이엠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애플투자증권 등 10여개 증권사가 이미 시장에 나온 데 이어 현대증권까지 매각 대상에 오른 것. 산업은행 계열의 KDB대우증권도 잠재적 매물로 분류되는 가운데,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우리금융지주 산하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보험·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에 대한 패키지(일괄) 매각에도 나섰다. LIG그룹의 경우에는 기업어음(CP) 투자자 피해 보상액을 마련하려고 LIG손해보험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당장은 아니지만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시장 여건이 개선되는 대로 각각 대우조선해양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올해 말 시한인 주요주주들과 맺은 KAI 공동매각 약정을 2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이 매물 기업들이 넘쳐나는 것은 부실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번번이 실패한 까닭이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자금난을 덜기 위해 계열사 매각이 잦아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M&A 시장에 기업 매물이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이 같은 매물이 원활하게 소화될 것이라는 시각은 찾아보기 힘들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사모주식펀드(PEF)시장 부진 등으로 M&A가 활성화하기 어려운 것도 모자라, 워낙 매물이 넘쳐나다 보니 M&A 시장 자체가 인수자 우위 시장으로 굳어져 매각 가격도 터무니 없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증권사나 건설사 등 취약업종 매물의 경우에는 기존 대기업들이 이미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매각이 더욱 어렵다. 실제 애초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 동양파워의 가치는 최근 5000억 원 미만까지 떨어진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시장 안팎에서 기업 매물 소화와 경제·산업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사모펀드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주채무계열 등 구조조정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악화된 경제상황을 고려해 M&A를 위한 사모펀드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chaeri1125@naver.com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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