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있는데 새누리당이 딱 그 모양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세론이 꺾이자 당 일각에서 대안론까지 나오기도 했고, 이런 와중에 이대로는 물 건너갔다고 판단한 중진들이 ‘박 후보만 빼고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2선 퇴진 불가입장을 밝히고 박 후보 캠프에선 국민대통합을 외치며 선대위원 등을 선정하는데 이 또한 말썽이 따랐다.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발표하거나 식사를 하는 자리라 알고 나갔던 인사가 위원장 임명장을 받자 부담을 느끼고 사퇴를 하는 등 해프닝도 있었다. 또 이번에는 야당에 몸담고 있던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하자 새누리당 자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갬프에서는 야당출신으로서 DJ 대통령 재임 시 비서실장을 지냈고, 또 호남출신이라 국민대통합을 이룰 적합한 인사라고 판단하여 영입을 결정했고, 박근혜 후보가 직접 나서서 임명 배경에 대해 “시대적인 요구를 이루기 위해 결단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의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대희 위원장은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정치쇄신특위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일갈하면서 공개적으로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여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당 운영에 불신을 표시하며 가세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최근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제민주화의 구체적인 정책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것과도 관련하여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의지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더 이상 경제민주화를 얘기 안 하는 게 좋겠다”는 말까지 했는데 경제민주화가 대선에서 정책우위의 핵심내용임을 누누이 강조해온 그로서는 당내 입지가 약해지는 서운함을 토로(吐露)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당내 분란이 거치지 않고 있다. 최근에만 벌어진 일이 한 두개가 아니다. 박 후보의 역사인식 문제로 사과발언까지 했고, 최측근들의 비리문제까지 불거져 국민들이 냉랭한 가운데 국민대통합을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지만, 당내의 지도부중 비주류나 비박계 인사들은 요지부동이다. 비박(非朴)계 인사로서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의 중책을 맡은 남경필 의원은 “박근혜 후보를 제외한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이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친박 2선 후퇴”를 요구하고 나서 당내 분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당내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이를 보다 못한 정우택 최고위원마저 당내에서 ‘친박 2선 후퇴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주류가 된 몇 사람이 당을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면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같은 당에서 이재오, 정몽준 의원도 동참해 정권을 창출하는데 함께 기여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당사자들이나 지도부의 반응은 차갑다. 새누리당이 당내 화합을 이루지 못한 채 국민대통합을 외쳐봤자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겠는가. 이명박 정부에서 ‘왕의 남자’로 불리면서 2인자 지위로 인정받았던 이재오 의원조차 박 후보측에 협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기자들이 이 의원에게 ‘친박 2선 후퇴’를 묻자 그는 “대선을 성공적으로 이끌 생각이 있었다면 비대위 때부터 당을 사당화 안 만들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 의원은 아직도 당 지도부와 박근혜 후보에 대해 그간에 앙금이 쌓여진 응어리진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귀 막고 있으면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법. 박근혜 후보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당이 없는 안철수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낮게 나오는 등으로 인하여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쇄신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지도부는 꿈쩍도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위원장의 영입을 두고 당내 갈등까지 겹치면서 대선을 앞두고 위기에 빠졌다. 갈 길은 바쁜데 당내 문제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사당화 논란이 있을 만큼 당을 장악하였던 박근혜 후보는 바야흐로 당내에서 리더십 검증을 받고 있는 중이다. rgjeong@naver.com *필자/정라곤(시인․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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