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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국정원

음지에 있어야할 국정원..정보력 쥐고 정치 전면 나섰다?

문흥수 기자 | 기사입력 2013/09/11 [15:40]

[기자수첩]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국정원

음지에 있어야할 국정원..정보력 쥐고 정치 전면 나섰다?

문흥수 기자 | 입력 : 2013/09/11 [15:40]
▲ 국정원     © 브레이크뉴스

 
브레이크뉴스 문흥수 기자= ‘음지에서 일하지만 양지를 지향한다’

이 말이 과연 국가정보원의 모토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국정원의 연일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국정원은 언론에서 ‘국정원’이란 단어 자체가 언급되는 것을 꺼려하는 집단이었다.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그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는 게 가장 좋다던 국정원 관계자의 설명이 기억에 또렷하다.

하지만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서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검찰이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면서부터 국정원의 실질적으로 ‘정보정치’를 벌이는 듯한 뉘앙스가 은근히 풍겨나오기 시작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가열될 무렵, 국정원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NLL 관련 대화록을 세상에 공개한다. 이 사건이 ‘사초(史草) 실종’ 사건으로 이어지며 당시 뜨거웠던 정치개입 문제와 국정원 개혁 이슈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3년간의 내사를 통해 수사해왔다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을 공표되면서 국정원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정점을 찍었다.

이와함께 국정원의 대선개입 혐의를 철저하게 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설’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는 이야기마저 공공연히 나오면서 국정원은 연일 뉴스 톱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사실 고위 공직자 사찰 및 유력 정치인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진행돼오던 사안이다.

대통령은 국정원장과 수시로 독대하면서 이같은 내용의 정보보고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제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할 때 보면 그러한 내용의 정보 보고를 (국정원이) 많이 했다”며 “국정원은 (개인 사생활 문제를) 많이 흘러냈다. 이번에도 그런 것을 하지 않았는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채 총장 사건의 경우에는 권력기관의 도움 없이는 기사화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정치권에 흘러다니는 무수한 루머 중에는 충격적인 내용도 많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팩트’가 없다는 게 문제다. ‘카더라’체로 써 기사화했다가 당사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기 딱 좋다.
 
하지만 이번 채 총장 의혹은 다르다. 이를 최초보도한 언론사는 출입국 기록과 초등학교 학적부 등 뒷받침해줄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처럼 개인신상정보가 담긴 자료의 경우에는 기자 혼자의 힘으로 입수하기엔 거의 불가능하다. 기자는 수사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료를 보여달라 요구할 수 있지만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국정원 혹은 힘있는 정부기관의 도움이 있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공직사회와 정치권에선 “우리도 국정원에 찍히지 않도록 몸조심해야 한다”는 뼈있는 농담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직사회와 정치권에는 자신들의 감시, 견제수단인 국정원을 두려워 하는 분위기는 항상 있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정원이 갖은 비판도 무릅쓰고 정치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또 ‘4대 권력기관장’의 한축을 담당하는 검찰총장마저 이런 처지에 빠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국정원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된다’라는 인식이 깔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선 검찰총장의 사생활 문제가 거론된다고 한다. 채 총장이 소위 ‘털리는’ 모습을 보고, 국정원에 심하게 대립각을 세우다간 우리도 저런 처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과거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한 ‘공작정치’를 기억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특정한 의도를 가진 ‘사생활 털기’, ‘정보정치’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의원 자신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문흥수 기자.     ©브레이크뉴스

특히 이런 인식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다 보면 자칫 '국정원 비판'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게 가장 우려스런 부분이다.

최근 일련의 이슈들이 정리 수순을 밟게되면 ‘국정원 개혁’ 문제는 다시금 정치권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실상 채 총장 사건을 지켜본 의원들이 국정원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국정원은 강광(强光)조건에선 정상적인 생육이 어려운 음지식물과 같다. 음지에 머물면서 부패한 권력을 견제하고, 국가안보를 해치려는 자들에게만 강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최근 남북의 합의로 개성공단이 ‘발전적 정상화’ 된 것처럼 국정원도 발전적 개혁을 통해 다시 음지로 돌아가 자신들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kissbreak@naver.com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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