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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 “朴대통령, 정치권과 신뢰 쌓아야!”

[직격 인터뷰] '신뢰와 사회적 자본' 주창해온 유종근 전 전북지사

문흥수 기자 | 기사입력 2013/09/10 [12:42]

유종근 “朴대통령, 정치권과 신뢰 쌓아야!”

[직격 인터뷰] '신뢰와 사회적 자본' 주창해온 유종근 전 전북지사

문흥수 기자 | 입력 : 2013/09/10 [12:42]
 
▲ 유종근 전 전북지사     © 브레이크뉴스

 브레이크뉴스 문흥수 기자=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가는 데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바로 신뢰와 통합이라는 사회적 자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적 자본' 형성을 통한 국민통합을 새 정부의 주요 국정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강조한 ‘사회적 자본’은 이미 12년 전 유종근 전 전북도지사가 강조해온 아젠다(agenda)이다.
 
2001년 ‘사회적 자본’이란 개념도 생소한 시절, 유 전 지사는 ‘신국가론’이란 저서를 통해 해당 아젠다를 선점하고, 구체적 실천 전략들을 모색했다.
 
특히 “불신의 악순환을 타파해 신뢰 사회로 탈바꿈해야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그때의 주장이 현재까지도 국정 아젠다로서 유효할뿐 아니라 더욱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유 전 지사는 공직에서 퇴임한 이후에는 이를 보완하고 손질, 수차례 개정판을 출간했으며 최근 현 시대적 상황까지 반영해 ‘신뢰와 사회적 자본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새로 발간했다.
 
큰 틀에선 기초가 된 ‘신국가론’과 같은 아젠다를 공유하고 있으나, 이전 저서들보다 완성도가 대폭 올라갔다.
 
이 책에는 유 전 지사가 강조해온 ‘사회적 자본’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과 실천과제가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특히 이번 저서에선 ‘사회적 자본’을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반드시 실현해야할 국정 아젠다를 추려내고, 그에 대한 구체적 실천 전략들을 담아 보다 눈길을 끈다.
 
이에 브레이크뉴스는 지난 5일 유 전 지사를 직접 만나, 박근혜 정부가 사회 통합을 이루고 사회적 자본을 증진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들어봤다.
 
다음은 유 전 지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지난 2001년 출간한 ‘신국가론’에 담긴 아젠다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용했던 기억이 있다
 
▲ 2001년 신국가론이 출간된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출정식에서 제가 이 책에서 제안한 국정 아젠다를 높이 평가하며 이를 자신이 실현하겠다고 자신있게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 20대 80의 대립구도를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택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우를 범했다.
 
나는 후보직을 도중에 사퇴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나에게 선의의 경쟁을 하자며 서로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이자고 했다.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며 나는 노 전 대통령이 신뢰가 바탕이 된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 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는 예외적이어야 한다는 말에 많은 실망을 했다.
 
신뢰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예외사항을 두면 안된다. 이는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두들 ‘나는 약자다’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 사회에서 신뢰는 무너지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집권시절 노사문제 때문에 많은 홍역을 치룬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서 책을 다시 쓰게 됐나
 
▲신국가론은 공직 생활 중 바쁜 일정 중에서 틈틈이 집필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공직에서 퇴임 후 많은 참고서적을 읽고 사색하면서 이 내용을 다시 수정, 보완한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가 나오면서 신뢰와 사회적 자본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보게됐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잡고 있었다. 굉장히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박 대통령을 많이 의식하면서 집필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사회적 자본’을 강조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도 사회적 자본 형성을 통한 국민통합을 새 정부의 주요 국정목표 중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내가 12년전에 신국가론에서 제안했던 국정 아젠다가 여전히 유효할 뿐 아니라 불신의 악순환을 타파해 신뢰사회로 탈바꿈 해야만 선진국으로 도약할수 있다는 그때의 주장이 더욱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사회적 자본'에 대한 개념과 유 전 지사의 생각이 일치하나?
 
▲ 그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한가지 면에선 나와 생각이 같다. 바로 원칙 확립을 굉장히 중시하는 것이다. 어떤 제도가 만든 의도대로 작동하느냐 여부는 사회 구성원들이 얼마나 이 제도에 잘 협조 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이것이 공적 신뢰이자, 공적 협조 문화다. 이는 쉽게 말해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개인적으론 최선책이 아니지만 차선책을 선택할 용의가 얼마냐 있냐 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공동 선을 위해 최선을 포기하고 차선책을 선택했을 때,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포기하고 차선을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해진다.
 
정체돼 있는 도로에서 자신은 차례를 기다리며 서서히 가고 있는데, 앞에선 계속 다른 차들이 새치기해 들어온다면 누가 기다리려 하나. 남들도 자신처럼 차례를 지키고 있을 것이란 확실한 믿음이 없을 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후, 내가 당하느니 차라리 내가 다른 사람을 골탕먹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상이 사회에 만연하게 된다면 공적 협조 문화는 형성될 수 없다.
 
따라서 신뢰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공적인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이느냐가 우리사회가 당면한 문제다.
 
▲ 유종근 전 전북지사     © 브레이크뉴스
-우리 사회의 신뢰 문제를 IMF 때 절실히 느꼈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나는 외환위기 당시 국가 재난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으로 대통령을 도운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파탄에 빠진 우리 경제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기초 체력이 튼튼한 선진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박사가 쓴 ‘TRUST’라는 책과 로버트 퍼트남 교수의 ‘Making Democracy Work’를 보면서 한국은 사회적 자본이라든지 공적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발전에 한계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부는 만약 사람들이 ‘한줄서기’라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제재가 무서워 줄을 서고 법을 지킨다. 하지만 이게 10년쯤 유지되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제재가 무서워서 줄을 서는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하는지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그냥 다른 사람들이 하듯이 함께 줄을 서게 된다.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공동 이익을 위해 자신이 차선을 택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할 것이란 계산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적인 신뢰가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원칙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현실문제에서도 이같은 이론이 적목되는가
 
▲물론이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밀양 송전탑 문제도 이같은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 현재 정부에선 생산한 전기를 송전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이를 중재해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려 했으나, 그 마저도 실패해 슬그머니 발을 뺀 상황이다.
 
이는 정부가 원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정부는 국민들이 정부 시책에 반발해 데모하고 폭력을 쓰는 등 불법시위를 벌이면 ‘떡’을 하나씩 던져줬다.
 
이와 관련된 통계를 보면 합법적으로 시위한 단체는 자신들의 요구사항 관철률이 28%다. 하지만 불법 폭력시위를 한 단체의 관철률을 42%에 달했다. 정부의 시책에는 무조건 반대하고 극렬하게 시위를 할 때마다 정부가 ‘떡’을 하나씩 주면서 잠재우려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습효과를 통해 조금만 부당한 정부 시책이 나오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보는 문화가 형성됐다.
 
제가 전북 도지사로 당선된 뒤 전북 임실군을 갔더니, 섬진강 댐 수몰민들의 민원 요구가 30여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사안이 있었다. 저는 지역주민들에게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에 협조해주면 이 사안을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 사안을 3년을 물고 늘어져 결국 해줬더니,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은 이미 지나간 옛날 얘기 아니였냐며 다시 또 반대하고 나서더라. 그래서 제가 대안을 제시했다. “법은 절대로 못 어긴다. 법에선 안된다는 건 절대 안된다. 대신 열악한 환경에 처한 주민들은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하는 등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겠다. 먹고사는데는 지장없게 해주겠다”
 
그랬더니 결국 지역주민들 태도가 바뀌어 결국 합의에 이르렀다. ‘투쟁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란 인식을 심어 놓으니 그 다음 차례였던 부안댐 지역 주민들은 데모한번 없이 지자체에 잘 합의해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에 동의해줬다.
 
이처럼 원칙은 처음 지킬 때는 어려워도 한번 지키면 다음부터는 쉬워진다. 원칙을 굉장히 강조하는 모습이 박 대통령과 일치한다. 이 점에 대해선 박 대통령은 나와 생각이 맞아 떨어진다.
 
남북 문제를 보면 역대 정권은 너무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여 한국을 얕보게 만들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선 북한이 으레 하던 협박이 먹혀 들어가지 않으니 결국 꼬리 내리는 형편이 되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도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가지 않았나.
 
하지만 박 대통령은 신뢰는 양면성이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있지만 신뢰는 혼자서 형성하지 못한다는 점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신뢰라는 것은 관계속에서 형성된다. 일방적 요구 속에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내가 먼저 상대를 헤아리고 배려해주겠다는 마인드를 지니고 있지 않는다면 신뢰는 형성할 수 없다.

▲ 유종근 전 지사가 최근 출간한 '신뢰와 사회적 자본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     © 브레이크뉴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 대통령이 최근 행보를 보면 여야간 신뢰를 형성할 수 없게끔 야당을 대하고 있다. NLL 사초 증발 문제와 국정원 문제, 이석기 사태 등으로 야당을 코너에 몰아넣었다. 이에 반발한 야당은 국회를 뛰쳐 나갔지만 여전히 집권여당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 한계를 느끼고 곧 국회로 들어올 것’이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물론 국민적 비판여론에 밀려 야당이 다시 국회로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야당이 국회로 돌아간다면 과연 여당에 협조할 수 있을까? 이미 여야간 신뢰는 깨진 상태다.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해놓고, 현재 김한길 야당 대표의 독대 요구는 거절했다. 이 때문에 야당 대표는 대통령에게 한번만 만나달라고 구걸하고 있는 꼴이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야 관계는 불보듯 뻔한 것 아니겠나.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선 서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주고, 받을건 받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상대에게 주지는 않으면서 받기만 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원칙을 지키는 게 아니다. 신뢰를 회복할 의지가 없다는 반증이다. 국민을 무시하고 야당도 무시하면서 이대로 5년이 흘러가면 박근혜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남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미 이명박 정권때 이 전 대통령이 ‘쇠고기 파동’에 당하는 모습을 모두 다 봤다. 이 문제가 당시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것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결정 자체가 나빴다기 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을 너무 무시했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결정해야 할 때 지도자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으며 함께 고민해달라고 말했다면 사태는 심각하게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요즘 고민이 많다. 국민들도 이 문제에 얼마나 민감해 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국가의 이익을 생각하면 제안을 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뜻을 알고싶다. 어떻게 하는게 좋겠느냐”고 말하며 국민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내치비고, 이 과정에서 미국과 협의도 이어 가는 등 의견합의를 이뤄갔다면 쉽게 풀렸을 문제를 대통령이 혼자 독단적으로 “수입하겠다”고 결정을 내려 버린 것이다.
 
이처럼 국민과도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이 입으로는 신뢰를 거듭 강조하며 “국민 신뢰를
만들어달라”, “여야 정치문화 바꾸어달라”고 말만 하면서 행동은 너희가 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나. 따라서 모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선 정부와 정치권부터 공적인 신뢰를 쌓아야 사회적 신뢰가 확립된다고 한다. 인과관계가 정부-정치권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역할이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정치권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나
 
▲전혀 없다. 정치권을 떠난지 10년도 훨씬 더 지났고, 이제는 관심도 없다. 현재 카이스트 대학 자회사인 아이카이스트에서 상임고문으로 지내고 있는데 현 생활에 만족한다. kissbreak@naver.com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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